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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뷔페

실컷 먹었는데
또 먹으래요
배불러 죽겠는데
자꾸 먹으래요
영어 메뉴도 뜯어 먹고
수학 메뉴도 꼭꼭 씹어 먹었어요
문제집도 잘 발라먹었고요
숙제는 소스를 쳐 가며 가득 먹었어요
소화가 되면 또 먹을게요
나 배불러요
엄마, 그만 먹으면 안 될까요

# 허걱!

네 개의 학원을 겨우 마치고
집에 들어온 순간,

새로 오신 과외 선생님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올백

- 엄마, 나 올백 받았어!

- 근데 왜 울어?

- 다음에 올백 못 받으면 어떡해!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김시민 시인의 동시 '공부 뷔페'를 감상합니다. 학교 학원 또 학교 학원 쳇바퀴 돌아가듯 돌아가는 어린이들의 힘든 생활을 시인의 동시에서 느껴볼 수 있습니다. '공부 뷔페' '허걱' '올백' 연이어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읽어 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고단함을 느낍니다.
공부를 하고 또 하고 배가 터져 죽을 지경인데도 머리가 터져 죽을 지경인데도 우리 어른들은 또 공부하라고 합니다. 공부하고 겨우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또 공부하라고 합니다. 무슨 공부 제조기를 만들려고 하는지 공부에 한풀이를 하려는지 무서운 부모님이 버티고 있습니다.


부모님도 모자라 과외선생님까지 버티고 있으니 어린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까요? 백점 받는 행복도 잠시 다음 시험을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마음 이해가 갑니다. 백점이 사실 커다란 짐 일수도 있다는 걸 시인의 동시에서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김시민 시인은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서 그런지 아이들의 고충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잘하면 밥 먹고 사는 거 걱정 없다고 했던 말 모두 거짓말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적성에 맞을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부모 욕심에 내 아이가 옆집 아이에게 지면 안되니까 일단 시키고 봅니다. 부모님들의 자존심이라 할까요?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언제 보았는지 한번 돌이켜 보면 어떨까요?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진정 우리 어린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깊게 생각해보면 안 될까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어른들의 자존심 싸움에 귀한 우리 자식들이 힘들어 하고 상처 받고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진정 좋아하는 일 적성에 딱 맞는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하다 생각 하지 않나요?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어른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거 한다지만 왜 어린이에게 고충을 심어주려는지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진정 좋아하는 거 하게 해 주는 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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