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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울산에서도 제정될 전망이다.

부산발(發) '살찐 고양이 조례'는 애초 '법령의 범위'를 벗어난 자치입법이라는 점 때문에 상위법 위반 논란이 일었으나 행정안전부가 법령 개정 방침을 밝힌 뒤 경기도 등이 조례 제정에 나서면서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의회 부의장인 고호근 의원(자유한국당·사진)은 3일 "지방공기업을 비롯한 울산시 출연·출자기관장의 급여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면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해 조례 제정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고 의원은 특히 "울산시의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장 자리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의 승리 전리품으로 여겨왔고, 선거캠프 출신 인사나 측근을 앉히는 보은·정실인사의 폐단이 반복됐다"면서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책정돼 억대를 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 외에도 시의회 여야 의원들 중에서도 공공기관 임원에게 지급되는 보수에 대해 적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민 눈높이에서 공공기관의 공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조례 제정에 찬성 의견을 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첫 제정된 부산시의 조례에선 지역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제와 연계해 기관장은 최저임금의 7배(1억4,000여 만원), 임원은 최저임금 6배(1억3,000여 만원)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경영진 임금에 상한선을 뒀다는 점에서 '살찐 고양이 조례'로 별칭되고 있다.

'살찐 고양이(fat cat)'는 탐욕스런 배부른 자본가를 비꼬는 말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일부기업 경영진이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 퇴직금을 챙긴 행태를 비판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였다.


울산시에 이 조례가 제정될 경우 공공기관장과 임원 보수의 상한선은 시세나 재정 규모, 인구수 등을 고려할 때 부산시에 비해 30~4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울산시의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 9곳 중 역대 기관장의 연봉은 들쭉날쭉 기준이 없었다. 심지어 같은 기관장이었음에도 연봉이 3~4,000만원이나 격차가 벌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일부 기관장은 최고 1억4,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챙기기도 했다.

실제로 울산발전연구원의 경우, 2~4대 원장은 1억1,900여만 원의 연봉을 받았으나 6대 원장은 1억4,300여만 원의 고액 연봉을 챙겼다. 또 울산도시공사는 초대 사장의 연봉은 8,200여만 원이었던데 비해 4대 사장은 1억1,300여만 원을 받았고, 울산신용보증재단은 초대 이사장이 6,700여만 원의 연봉을 받은데 비해 5대 이사장은 두 배 가까운 1억1,100여만 원을 받았다. 울산테크노파크는 1~2대 원장의 연봉은 1억 원이었으나 6대 원장은 1억2,600만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들 9개 공공기관의 역대 수장 중 연봉 1억 원이 넘는 사람은 11명에 달해 역할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일각에선 지방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조례는 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발주자인 부산시에선 조례가 초안 단계에선 강제적 규정에 가까워 상위법 위반 논란이 일었으나 최종 의결된 안은 시의회가 단체장에게 '권고'하는 형식의 자율적 규정으로 바꿔 위법 소지를 줄인 바 있다.

행정안전부도 이와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밝혀 조례 제정의 길을 열어놓은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산시의 조례는 임원의 보수기준을 권고하는 수순이고, 성과보상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강행적 규정이라기보다는 자율적 규정"이라며 "이를 두고 자치입법권을 좁게 해석해 상위법령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법원까지 가서 다툴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례안 발의를 준비 중인 고 의원은 이날 "이미 조례 초안은 만들어 놓았다"며 "동료 의원 발의 서명과 집행부 의견조회 등의 절차를 거쳐 늦어도 7월 임시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특히 "울산시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장의 연봉을 확인한 결과 생각보다 높았다"면서 "무엇보다 기관장들은 고액 연봉 수준과 맞먹는 업무추진비도 사용하고 있어 보수 제한의 필요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발의될 조례안의 공식 명칭은 '울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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