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생각하는 호국 보훈의 정신
현충일에 생각하는 호국 보훈의 정신
  • 울산신문
  • 승인 2019.06.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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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현충일이다. 현충일이 끼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매년 6월이 되면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란 이름하에 보훈처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는 보훈 가족들을 위로하는 각종 행사를 연다. 

울산은 호국보훈의 성지다. 3·1운동 뿐만이 아니라 신라시대 이후 왜구의 침략에 맞서고 임란시절, 의병활동으로 왜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충절의 고장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은 울산에서 그 꽃을 피웠다. 무엇보다 울산은 숭고한 민족자결운동의 숨결이 녹아 있는 고장이고 박상진 선생과 최현배 선생 등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영웅을 배출한 도시다. 

올해의 호국보훈의 달은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올해는 3·1운동 100년을 맞은 해로 지난 3월부터 전국적으로 각종 호국보훈의 행사가 이어졌다. 울산에서도 병영만세운동을 비롯해 지역 각지에서 선열의 정신을 되새기는 호국보훈의 행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올해는 일제의 무단통치에 맞서 조국의 광복을 외치며 거리로 떨쳐나섰던 100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행사가 많았다. 그날의 함성과 절박함을 아무리 곱씹어도 실감할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변해도 열 번은 변했을 세월이니, 감흥이 일지 않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어제의 일도 아니고, 한 세기나 지난 일을 되새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을 맞아 상황은 다르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한 선열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상의 기일을 기억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민족자존과 얼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본 없는 족보가 없듯이, 한 나라와 민족에게도 민족적 정체성을 밝혀 줄 역사가 있다. 3·1운동은 우리의 국민교육헌장과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오늘의 우리를 우리답게 지켜낸 최고의 상징적 사건이다. 한일합병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던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었더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한민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충일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자신의 한 몸을 조국을 위해 내던진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일제의 압정으로부터 괴뢰도당의 남침야욕으로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열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유월이다. 울산은 박상진 선생 등 애국충절의 열의를 온몸으로 실천한 열사들의 고장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0년 참혹했던 천안함 사태로 울산의 두 젊은 장병이 희생됐다. 고 손수민 하사와 신선준 중사는 북한 괴뢰도당의 찬안함 폭침에 희생됐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귀한 참뜻을 다시금 새기기 위함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악몽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비단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한류'라는 바람을 일으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평화롭고 번영된 삶은 그저 현세대가 잘나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날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후손을 위해 헌신하신 수많은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광복과 분단, 그리고 6·25 전쟁 등 지난날 대한민국의 역사는 피로 물들고 사망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값진 희생이 있었으며, 그 희생 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물질적 풍요는 지난 얼룩진 과거와 그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제2차 대전 종료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 중 유일하게 빠른 경제 성장으로 오늘의 부강한 국가를 이룩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은 이런 선열들의 정신을 제대로 받들고 있으며,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보이고 있는 공익을 망각한 행태에 대해 지극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애국심을 비판하기 전에 기성세대들, 특히 국가의 중요 요직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겉치레와 같은 이벤트 행사에 치중하지 말고 멸사봉공의 자세로 민생을 최우선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야욕이 여전하지만 우리 사회는 내부의 갈등으로 피아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현충일을 맞아 호국 영령들이 보여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다시 한번 제대로 되새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 되새김으로부터 우리의 안보관을 재점검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선열의 정신을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