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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사진)은 지난 5일 "국민연금이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대주주 영향력은 확대되지만 기존주주 통제력은 약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주총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이날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주된 매출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기존 주주의 통제 약화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어, 분할계획 승인이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최종 결정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넘겨졌고 지난달 29일 찬성으로 의결됐다.
현대중공업 분할 계획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 지주와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뉜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비상장 법인으로 신설된 현대중공업 지분을 100% 배정 받게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현대중공업 기존주주들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주가 되며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의 단일 주주가 된다.

이런 구조가 되면 현행법에 따라 한국조선해양 주주는 현대중공업에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과 별개의 법인이고 우리나라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를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은 순수하게 대주주 통제 속으로 들어가고 국민연금 등 기존주주들은 그 만큼 통제력을 잃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판단을 유보한 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공을 넘겼고, 결국 찬성으로 결정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으로 조성된 공적 기금인만큼 의사결정에서 높은 공공성이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재벌체제를 강화시키는 한편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 분명한 사안에 찬성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기금운용본부 안건에는 과거 다른 결정을 내린 대목도 확인된다. 국민연금은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물적분할 시 주된 매출 사업을 비상장사로 분할해 기존주주의 통제가 약화될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도 신설 현대중공업을 비상장하고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이 100%지분을 가질 예정이어서 과거 사례에 배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의결권 자문사인 기업지배구조원과 ISS 등 해외자문사 의견에도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SS는 "노조관계는 영업부문을 승계하는 신설회사에 귀속되어, 향후 분할 존속회사의 의사결정에 노조의 영향력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현재 우려하는 부분이 사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기업지배구조원도 "비상장화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구성유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설치 등 상장회사 수준의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고 있고 공시 불투명성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임의로 해석했다.
과거 유사사례에서 비상장 분할로 기존주주 통제 약화 시 국민연금이 반대했던 사례에 역행한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의안분석 기관들의 보고서도 불편부당한 내용들은 강력히 시정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자료(이슈와 논점 1580호)에 따르면 의결권자문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고액을 제공하는 기관에 유리한 자문을 할 가능성이 있고 기업에 대한 컨설팅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조원호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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