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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총을 둘러싸고 노조와 사측이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노조의 폭력성을 연출하기 위해 '쇼'를 했다는 주장이고 사측은 노조가 무리하게 주총장을 진입하려다 파손이 발생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5일 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를 통해 "사측 용역이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 안에서 의자를 내던지거나 벽을 부수는 쇼를 연출했다"며 "뒤늦게 도착한 조합원들이 부순 것처럼 꾸미기 위한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당시 주총 영상을 보면 안건 제안 설명과 토론을 생략하고 3분 30초 만에 졸속 처리했다"며 "기본적인 절차조차 생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회사는 노조 조합원이 강제로 주총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유리문과 벽 등을 파손했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조합원들이 체육관 후문 유리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왔고 벽을 부순 것도 노조 측이다"며 "주총장 입구에서 양측이 서로 대립하면서 일부 파손됐을 수 있으나 이는 주총장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주총장에서 발생한 피해 정도를 파악해 노조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발생한 직원들 간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주총 안건 처리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노조의 전면 파업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들이 파업 불참 조합원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금의 상황은 물적분할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당초 '임시주총 저지'를 외쳤던 노조는 이제 '임시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정치권과 노동계의 지원 아래 대·내외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회사는 이번 임시주총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만큼 노조가 제기하는 갖가지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시비비는 이제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렇지만 물적분할 반대를 위한 투쟁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의 폭력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당초 임시주총 개최 장소였던 한마음회관을 무단점거하고 내부 시설물들을 파괴한 노조의 행위는 이번 사태의 양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에 따른 물적 피해와 해당 시설 입주 업주들이 입은 영업 손실액은 10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주총장으로 쓰일 예정이던 극장은 연말까지 문을 열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이후 파업 과정에서는 자신들을 제지하는 회사 관리자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조합원을 무차별 폭행하거나, 회사 임원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사내 도로를 점거해 물류이동을 막는 등 불법·폭력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주총 이후 파업 참가자 수가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다시 집회장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절박함이 과격함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노조의 과격한 폭력성이 내부에서조차 혐오감을 주면서 투쟁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노조는 5일째 유지했던 전면파업을 부분파업으로 전환했으나, 이마저도 참여자는 확연히 줄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노조 내부에서는 소모적인 힘겨루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협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적분할에 따른 고용 불안과 근로조건 악화 문제를 막겠다는 방침은 당연히 노조의 가장 큰 과제이겠지만, 파업의 주목적이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투쟁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조합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 노사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은 장기화된 조선업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회사가 재도약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을 준비하는 첫 관문이다. 이는 국가적 과제인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소임이다. 회사 대표이사는 앞서 담화문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고용 보장 및 단체협약 승계 등 근로조건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구성원 모두가 이제는 핵심 사업의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려, 일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더 이상 한솥밥 먹는 식구끼리 갈등이 깊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회사와 모든 조합원들의 미래를 위해 노조는 이제 서운한 마음을 풀고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할 때이다. 회사 역시 노조가 조합원을 대표해서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울산 시민들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손잡아 다시 '조선 메카 울산'의 기치를 높이 올리길 기원하고 있다. 수년째 불황의 늪에 빠진 울산의 현재를 제대로 읽어 주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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