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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부문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3주 연속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면서 SK이노베이션, 에스오일 등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말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올들어 가까스로 실적을 회복한 업계는 자칫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까지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한 5,700억원, 에쓰오일은  32.9% 줄은 2,701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저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낮아질 수록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2분기는 통상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는 드라이빙 시즌임에도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5월 셋째주부터 3주 연속 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아시아권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난해 말 배럴당 2~3달러대로 하락한 뒤 올해 3월 들어 4달러대까지 회복했다가 또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배럴당 6~7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정유사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말과 같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저점을 찍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신규 설비 가동 및 미국의 높은 정유설비 가동률 등으로 휘발유 생산은 늘고 있지만, 정작 수요는 무역분쟁 여파로 위축되고 있어서다.


 비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도 증산을 멈췄지만 그럼에도 미국 내 원유재고는 4월 이후 계속 증가세다. 게다가 오는 10일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고 미국의 원유 재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멕시코에서 사오는 원유는 올해 3월 기준 하루 66만 배럴로 전체 수입의 약 10%를 차지하며, 미국이 멕시코에 수출하는 석유제품은 하루 130만 배럴로 전체 수출 물량의 24.4%를 차지한다.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견인차 역할을 한 '래깅효과'도 이번 2분기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실상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중동산 두바이유는 5월 말 69~70달러에서 지난 6일 59달러대로 10달러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도 60달러 안팎에서 52달러로 하락했다.
연중 최고점 대비로는 각각 22%, 16% 미끄러졌다.


   현재 유가 수준이 6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재고평가 손실은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팔기까지 약 한 달이 걸리는 데, 이 기간 유가가 급락하면 비싼 값에 산 원유를 정제한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아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내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시작에 따라 경질 원유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면서 10~11월쯤 되면 정제마진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는 변동성이 심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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