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현대가의 인연
나와 현대가의 인연
  • 울산신문
  • 승인 2019.06.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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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두 시인·소설가

울산과 현대가 뗄 수 없는 관계이듯 나에게도 현대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벌어진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사태를 접하면서 몇 번이나 망설이며 필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신 이사장님께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사장님! 꽤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노심초사하시고 고심하신 심정을 헤아리면서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을 무사히 뛰어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달 31일 한국조선해양의 당초 주주총회장소로 한마음회관이 공고되었을 때는 참 많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곳에서 국회의원인 이사장님의 후원회가 열렸습니다. 지구당사무소에서 대청중 연설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 나는 무척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귀중한 자리의 귀중한 시간을 보잘것없는 제가 어떻게 허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부담감이거니와, 한승주 전 외무장관, 구본호 울산대 총장과 같은 분들 속에 끼인다는 것이 두렵기조차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이사장님의 지시를 지키지 못해 어려워할 사무국장의 사정을 감안하고는 기어이 나서야 했습니다. 나는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선 동구 주민들에게 노사연의 노래 만남을 인용하여 약간 코믹하게 이사장님을 큰 인물로 만들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정몽준과 동구 주민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두 쪽 모두의 바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돌아보지 말고 한눈을 팔지도 마십시오. 오직 정몽준에게만 열렬한 지지를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서 "시골 마을의 동네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가 크면 클수록 그늘이 커지고 그늘이 커지면 그 그늘에 앉은 사람이 많아집니다" 

동구 주민들은 그 전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옛부터 의리를 중시하며 살아온 대로 이사장님께 무려 다섯 번을 내리 5선의 영광을 안겨주면서 현대중공업과 고락을 같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마음은 울산시민들도 매한가지였습니다. 끊임없는 애정과 성원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동구 주민들과 울산시민들의 가슴에 그 뜨겁던 애정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번 일은 노조 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긍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중요한 회사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한솥밥을 먹는 한 식구인 노조와 회사가 서로 합의하지 않으면서 비밀리에 추진하고는 일을 이토록 흐트려 놓고 마느냐는 원성이 물 끓듯이 끓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커져서 회사가 잘되고 동구민과 지역사회가 그토록 좋아진다는 일을 하면서 무슨 비밀이 필요하단 것이냐라는 생각인 것입니다. 

이를 참고 보다 못한 송철호 시장이 삭발을 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내보이자 황세영 의장이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두 사람의 삭발은 진정 120만 울산광역시민의 삭발이었습니다. 이런 민심을 제치고 어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을 넘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노조를 끌어안고 서로 진실을 말하며 신뢰를 얻어 보십시오. 그리고 배신감마저 느끼면서 허탈해하는 지역주민의 대표들에게 위로의 손을 잡아주고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진실된 신뢰를 얻어주십시오. 뒤에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뢰를 말하다 보니 고 정주영 회장님이 생각납니다. 그룹의 창업주이신 선친께서는 "신뢰는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다. 신뢰는 영예스러운 것이다. 나는 정직과 성실로 주인의 신뢰를 얻어 주인의 쌀가게를 물려받았었고 믿을만한 청년이라는 신뢰를 얻어 자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상품에 있어서의 신뢰, 금융거래에 있어서의 신뢰, 공사의 질에 있어서의 신뢰, 공급계약에 있어서의 신뢰, 공기약속이행에 있어서의 신뢰, 그 밖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의 신뢰 등 신뢰의 총합이 오늘의 현대를 더 이룬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노조에 신뢰를 얻지 못한 회사 때문이었습니다. 병로한 제 소리가 쓰잘데없다 하더라도 이사장님을 끔찍이 지지했던 제가 마지막 드리는 애소로 받아주었으면 합니다. 노조가 과격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래도 너무한다 싶어 머리에 띠를 두르거나 피켓을 들고선 저들을 잡고 물어보아도 대답은 한결같은 소리입니다.

산업은행과 회사가 이 중요한 사안을 협의하면서도 지역사회 어느 누구에게도 비밀로 한 것은 결국 우리를 가두리에 가두었다가 잡아먹는 고기로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조선소가 1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도 부실을 면치 못하는 조선소와 합병한 다음 곧 구조조정으로 내치겠다는 꼼수에 속는다는 말입니까.

이사장님! 기업이 몸집을 키우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더욱이 글로벌 조선소를 만들어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일에서야 여북하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도 폭력이나 불법행위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앞서 짚은 한솥밥의 식구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에 늦더라도 그것을 살려낼 때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더 큰 화를 막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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