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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뽕나무' 뽕잎방귀 오디방귀

                               양재홍

누에는
사각사각 뽕잎 먹고
뽕, 뽕, 뽕!
새파란 뽕잎방귀

아이들은
오물오물 오디 먹고
빵, 빵, 빵!
새까만 오디방귀!
 

아동문학가 조영남
아동문학가 조영남

독서 수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과 도서관 울타리에 있는 오디를 따먹으러 갔다. 어릴 적 달달하고 새콤한 오디를 따먹던 아름다운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심어주고 싶었다. 단숨에 달려가지 않고 관심을 끌기 위해 주위의 나무부터 천천히 살피며 갔다. 느티나무를 보며 "저 나물까?" 벚나무를 보며 "저 나물까?"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이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저어기 저 나무에 뭔가 달려 있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나게 달려간 아이들은 멈칫멈칫 정말 먹을 수 있을까? 의심하는 눈치였다. "먹을 수 있어. 따 먹어 봐" 했더니 용감한 아이가 먼저 따 먹었다. "달콤해요" 그 말에 다른 아이들도 한 두명씩 따먹기 시작했다. 따가운 햇살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덥다고 하지 않고 오디 따먹는데 정신이 팔렸다. 처음엔 "이걸 먹어요?" "벌레가 있어요" 하면서 먹는 걸 꺼리던 아이도 금세 달콤한 맛에 푹 빠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지면 못 먹는 걸로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잘 익어서 바닥에 떨어진 오디까지 주워 먹었다. "저기도 있어요" "저도 주세요" 하면서 공주처럼 가만히 서서 손가락질만 하던 아이도 울타리에 올라가고, 높은 가지는 꼬챙이를 이용해 끌어당기면서 스스로 따먹는 것이었다. "이건 진짜 달콤해요. 이건 좀 시어요" 새까맣게 잘 익은 것의 단맛도 불그스름 덜 익은 신맛도 보면서 아이들 눈이 이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오디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 우리 집에도 뽕나무 심고 싶어요" 아이들이 드디어 스스로 하는 즐거움과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알았다. 마트에 가면 차고 넘치는 혀를 자극하는 달달하고 짭짤한 감칠맛 나는 간식보다 스스로 따먹는 오디가 맛있다는 것도 알았다. 손가락에 묻은 뻘건 오디물도 혓바닥과 입술에 시꺼먼 오디 먹은 흔적마저도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오디를 따먹은 아이들은 "나무를 사랑하라" 말하지 않았는데도 "뽕나무야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며 나무를 만져주며 돌아섰다. 오디를 맛있게 따먹어 본 후 아이들이 뽕나무를 대하는 태도가 분명 달라졌다. 관계를 가졌기에 뽕나무는 이제 아이들의 친구가 됐다.  아동문학가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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