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도소
학교와 교도소
  • 울산신문
  • 승인 2019.06.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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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전 울주군 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요즘에야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삭막하고 밋밋한 건물을 손꼽으라고 하면 (초·중등) 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교도소 건물보다 더 획일적이고 직선적이다. 흔히 학교라고 하면 2~3,000여평 정도의 땅에 운동장과 교실, 강당을 먼저 짓고 부수적인 교육기자재를 채우며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게 보통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학교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황량한 운동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성냥갑 같은 사각형 건물이 보통이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그렇고 과거에 학교를 다녔던 어른들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학교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은 엇비슷하다.


최근들어 학교 건축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사각형 건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더러 있지만 그동안 학교에 덧씌워져 있던 을씨년스러운 기억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건물이 얼마나 스산하면 여고괴담같은 영화가 다 나올까 싶다. 학교 건물에 대한 이런 삭막하고 서늘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직선 형태의 사각형 건물이 과거에는 효율적인 표준양식이라는 명목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널리 권장되었던 점을 백분 감안해야 한다. 지금부터 동그란 디자인의 학교 건물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혁명적 방법이 아니고서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학교에 대한 이런 성냥갑 같은 선입견을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하물며 현실이 이럴진데 구체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없이 학교 건물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보겠다며 한 두차례 그냥 집적거리는 정도로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교도소도 국가에서 짓고 학교도 국가에서 짓는데 학교 건축비가 교도소보다 싸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차량을 주차하는 주차장 건축비보다 싼 학교 건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조달청이 입찰을 대행한 공공건축물 공사비용을 비교하면 학교보다 공사비가 싼 건물은 창고 뿐이다. 우체국, 경찰서, 소방서, 도서관, 체육시설은 물론이고 심지어 공장도 학교보다 건축비가 비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건축물 중요성을 공사비로 기준 삼는다면 학교는 창고 수준밖에 안되는 셈이다. 공사비 단가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전시공간이나 연구시설은 그렇다쳐도 직원들이 하루종일 앉아 근무만 하면되는 시청, 구청같은 행정기관 건축비용이 학교보다 비싸야 할 이유가 무언가? 나는 어른들의 업무공간인 시청, 구청 건물이 우리 아이들이 하루종일 뛰어놀면서 꿈을 키우고 미래를 가꾸어 나가야 할 학교보다 더 호화찬란해야 할 설득력있는 까닭을 찾지 못하겠다. 적어도 시설투자면에서 교육은 여전히 백년지대계가 아닌 셈이다.


변명거리는 많다. 학교는 건축구조가 단순하고 표준화되어 있어 공사비가 쌀 수밖에 없다는 둥, 지하층 공사가 없다보니 공사단가가 낮다는 둥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인다. 그리고 교육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중앙부처에서 학교 건축비 기준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전국의 각 교육청에서 아무리 학생 친화적 학교를 지으려고 해도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돈이 모자라면 시청같은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지방의회에서도 도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장, 구청장, 의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교육도 당연히 지방자치시대 아닌가!


학교 건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최근 지역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 울산시교육청의 학교공간 재배치 기사를 보다가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부족한 예산이지만 대학교나 민간의 건축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학교 공간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 계획을 바탕으로 올해 10개 학교에서 공간을 혁신해보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발상이고 울산시교육청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앞으로 얻을 성과와 진행과정, 새롭게 꾸며질 학교공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더하다. 이 땅에 근대학교가 생긴 이래 학교 건물에 덧칠해져 있던 밋밋하고 삭막한 기억들을 이번에는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아가 이번 시도가 단순히 10개 학교의 공간을 혁신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학교 건물은 이래야 한다는 새로운 모델과 모범, 학교건축의 미래를 울산에서 보여주는 첫 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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