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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나비 - 아내에게

최동호

파도 위로 호랑무늬 깃을 펼치며
대지를 움켜쥔
나비가 날고 있다
대양너머 저 멀고 먼 산언덕에서
작은 들꽃 무리들이
피었다
지면서
비바람 헤치고 찾아올 나비를 기다리고
구름 뒤의 달은
나뭇잎에 매달려 쪽잠 자며
고치에서 부활하는 영혼을 지켜보고 있다

△최동호 시인: 1948년 경기도 수원 출생. 고려대 국문과, 동대학원 문학박사. 현재 고려대 국문과 명예교수 겸 경남대 석좌교수. 동서시 비교연구, 시집 '황사바람'(1976) '아침책상'(1988) '공놀이하는 달마'(2002) 등 펴냄. 고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편운문학상, 김환태문학상, 만해문학 대상 등을 수상.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나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나비는 나비목에 딸린 곤충 중에서 낮에만 활동하는 무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며 전 세계에 약 2만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250종이 있다. 그런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자신도 나비같이 훨훨 날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낮 기온이 올라가면서 여기저기서 나비들의 춤을 감상할 기회가 잦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 뿐일런가. 아무리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번데기로 지내다가 나비의 순으로 일생이 진행된다지만 텃밭에 심어 놓은 열무와 양배추 잎을 훼손하고 있어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그 많은 나비 종류 중에 제왕나비가 있다는 사실을  최동호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제왕나비'를 통해서 알게 됐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제왕나비는 군주나비(Monarch butterfly)로 불리며 캐나다 남부, 미국 대륙, 중앙아메리카에 주로 분포하는 왕나비류의 일종이다. 이 작고 여린 생명체 수백만 마리가 늦가을 무렵 캐나다 동부와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장장 5,000㎞를 날아 멕시코 미초아칸주의 마을로 이동하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광경을 제공한다는데 미초아칸주의 인디언들이 제왕나비의 귀향은 죽은 가족들의 영혼이 찾아오는 것으로 믿고 해마다 봄이 오면 '죽은 자들의 밤'이란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만 보아도 자연의 경이로움은 한갓 미물일지라도 생명의 근원을 저버리지 않고 주어진 생을 위해 저리도 열심히 살아가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에도 왕나비가 서식하고 있다지만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해 안타깝기도 하고 한 때 나비 채집을 위해 방방곡곡을 헤매던 사람 근황도 알고 싶은 오늘 나비 따라 청산으로 나가볼까나.
이 찬 평론가는 저 '제왕나비'가 우리 현대인들의 궁핍하고 상처받은 '영혼'이 참된 어울림의 빛과 화엄세계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위대한 '시인'의 탄생 순간을 일컫는다고 했는데, 얼마 전 품을 떠나간 아이의 삶이 어쩌면 저 제왕나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무렵 먼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나비의 찬란한 날갯짓을 상상하고 있음이니.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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