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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이 갈등과 반목, 숱한 상처만 남긴 채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울산시의회 이미영 부의장(더불어민주당·사진)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철회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2월 7일 조례안을 발의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 부의장은 입장문에서 "단순한 체험이나 탐방을 넘어 정책이나 예산에서 청소년의 소리를 담아낼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청소년의회 조례를 꼼꼼하게 준비했고, 수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도 거쳤다"면서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많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기대에 부응해 드리지 못하고 심려를 안겨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례 제정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에서 설명 한 번 못하고, 조례의 내용이나 취지와 전혀 상관없는 프레임으로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고, 울산의 청소년들과 시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실감을 드리는 것 같다"고 조례안 철회 배경을 에둘러 언급했다.

지난 4월 10일 조례안에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의 의사당 내 시위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고 무려 34일간 입원한 뒤 퇴원 일성으로 "조례안을 관철시키겠다"고 한 이 부의장이 강경 발언 20여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례 철회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프레임 덮어씌우기'와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표현했다. 그 이면에는 조례안 발의 이후 지난 6개월여 동안 계속된 학부모단체 등의 극한 반대시위와 이에 따른 '시민 고발', '본회의장 경호권 발동' 등 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조례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 회의가 정족수 미달 등으로 4차례나 무산됐고,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에 이어 여당 내에서도 조례안 처리를 외면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한 상황으로 빠져들자,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탈출구로 조례안 철회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조례 제정을 결사반대해온 보수단체들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례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시의회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13일 시청 앞에서 범시민 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부의장은 이날 조례안의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더 큰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청소년들을 위해 더 큰 틀에서 고민하겠다"면서 "청소년은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자신들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해 향후 재추진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아무튼 조례안 처리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던 이 부의장의 전격 철회 선언으로 청소년의회 조례안을 둘러싼 지난 6개월여 간의 우여곡절은 일단락되게 됐다.
남은 절차는 이 부의장이 조례안 철회를 위한 절차를 밟는 순서가 남았는데, 우선  발의자인 이 부의장이 의회사무처에 조례안 철회요청서를 제출하고, 이를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철회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조례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 부의장은 이날 오후까지 철회 입장문만 내고 조례안 철회요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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