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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산재전문공공병원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병원의 위치는 울주군 굴화 공공주택 지구로 결정됐지만, 지주들이 공공주택 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공병원의 규모와 운영방식 등은 더 어려운 문제로 아직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입지를 반대하는 지주들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유치하는 것은 지지하지만 LH가 공공주택 부지로 매수한 뒤 울산시에 되파는 행위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현재 공동으로 굴화 공공주택 부지 중 3만㎡(부지 매입 예상가 400억 원)를 매입한 뒤 사업 주체인 근로복지공단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병원 부지 확보의 경우 LH의 공공주택 부지 조성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이후 현재 감정평가를 위한 지장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지주들이 공공주택 건립 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주들로 구성된 울산 굴화 태화강변 공공주택 반대 지주모임은 다양한 요구를 꺼내들고 사업에 반발하고 잇지만 무엇보다 토지 보상 현실화가 핵심이다. 

지주들은 LH의 공공주택 사업의 절반이 일반분양이어서 단순히 공기업의 돈벌이라고 보고 있다. 굴화 지구에 1,879세대를 건설할 예정인데, 이 중 939가구는 분양목적이라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인 굴화지구를 저렴하게 보상매입한 뒤 일반 아파트를 팔아 이윤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지주들의 판단이다. 40년 이상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한 채 피해만 보고 살았는데 공기업의 돈벌이로 전락할 수 없다는 주장이 깔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는 공공병원 후보지 8개가운데 굴화지구 공공주택지구를 사업부지로 결정한 바 있다.

울산시의 오랜 숙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건립되기로 했지만 산넘어 산인 셈이다. 울산시가 굴화지구를 공공병원 부지로 선정한 것은 사업 계획기간 내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과 국토 24호선이 관통하고 고속도로 진·출입로 인근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긴 셈이다. 

문제는 지주들의 반발만이 아니다. 공공병원의 규모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산재전문 공공 병원은 지난 1월 29일 예타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총사업비 2,333억 원의 산재기금을 투입해 2020년 착공, 2024년 완공예정이다. 3월부터 KDI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이며 검토가 끝난 7월 이후 사업계획 규모가 확정돼 실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울산지역 의료계와 진보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모두 20개 단체로 구성된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는 줄곧 500병상 규모의 공공형 종합병원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는 오래전부터 국립병원 형태의 공공병원 설립을 주장해 왔다. 

단체의 주장대로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공공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울산시민이 10여 년째 요구하고 있는 공공병원은 500병상 이상, 양질의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추진위의 주장은 "울산공공병원 설립이 정치적 업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 안대로라면 300병상 규모의 산재 공공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진위는 "산재병원은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들과 함께 공공보건의료를 추진하기 힘들뿐더러, 300병상 규모로는 의료의 질을 선도할 수 없다"면서 "졸속으로 결정한 산재모병원을 즉각 철회하고, 울산 시민이 원하는 혁신형 종합공공병원을 설립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울산시도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에 지역 노동계와 상공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한 상태다. 노동계와 상공계의 의견 수렴과 함께 추진위가 주장하는 공공형 종합병원의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울산 시민들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건립을 믿고 있다 허망한 꼴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약속만 하다 올 초에야 예타면제 사업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울산형 공공병원이 산재전문병원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울산시가 당초 추진했던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울산의 의료문제가 제대로 다뤄져 반듯한 공공병원이 건립되어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크다. 산재 전문 병원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의 막대한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약속이 없다면 잘 지은 병원에 허술한 의료진과 외면하는 환자로 허망한 결과를 보게 될 공산이 높다. 미래를 보고 추진하되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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