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치른 울산수필문학축제는 '수필의 향기, 울산에 닿다'를 캐치플레어로 진행해 큰 성과를 일궈냈다. '수필낭독의 힘'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은 물론, 회원들이 쓴 수필을 희곡화 해 연극공연을 하고, 규중칠우쟁론기를 에울문우쟁론기로 각색해 마당극을 선보였다. 또 옴니버스 연극공연, 악기연주와 수필낭독 등 수필을 토대로 한 다양한 수필장르를 맛볼 수 있었다. 수필문학이 다른 장르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은 물론, 수필로 화합한 행사였다.

 

제1회 수필문학축제가 몽돌에서 주관하고 여러 수필문학회에서 주최해 하루 동안 열린 축제였다면, 두 번째 축제는 울산수필문학축제추진위원회에서 주관, 문화쉼터몽돌과 울산도서관에서 이틀 간 열린 행사로 볼거리, 느낄 거리, 체험거리가 확대됐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참여단체는 울산수필가협회를 비롯해, 창립 38년의 울산수필문학회, 처용수필문학회, 에세이울산문학회, 나래문학동인회 등 5개 수필단체 130여 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연극배우도 아닌 수필인들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무모한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학회 별로 저마다 열정이 있었기에 무모한 도전은 없었다. 회원 각자가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문 연극인의 도움을 받은 한 문학회는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는데, 연습과정이 치열했음을 가늠하게 했다. 대사량이 많고 보기 드문 소품을 챙기는 등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정신을 보여줘서 가슴이 뭉클했다. 한 문학회는 한데 모여 소품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꽤 힘든 여정임을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회원들이 참여해 학창시절에 배운 공작 실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완성한 소품이 연기에 녹아들어 한층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직장에서 퇴근해 극적으로 공연에 합류한 회원도 있었다. 하마터면 다른 인물로 대처할 뻔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또 다른 문학회는 한 분이 단독으로 수필낭독을 하기로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행사 당일에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행히 평소에 강의경험이 많은 회원이라 무난하게 공연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오프닝공연을 생략한 일이다. 난타공연으로 행사 서막을 알리려고 했는데, 핵심멤버가 시부상을 당해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공연이 무산되고 말았다. 급하게 다른 기타연주자를 물색했지만, 공연준비가 안 돼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참가자의 특색은 전문 진행자나, 낭송가, 배우가 없다는 점이다. 순수하게 문학회 회원이 기획하고 연출해서 일궈낸 축제였다. 세련미가 적은 대신 회원 한 명 한 명이 주인 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나'보다 '우리'를 내세웠기에 소박하지만, 알차고 가슴 뭉클했던 축제가 됐다. 무엇보다 저예산으로 행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수화(隨畵) 작품을 회원 중 한 명이 일러스트처럼 작업을 해서 예산을 절약했고, 한 단체는 회원 40명 전원이 공연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수필축제 원년에 내세웠던 '수필문학의 힘'을 이번 축제에서도 맛본 참여 수필인들은 수필을 대하는 자세가 예전보다 훨씬 진지해지고, 수필창작의 힘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기고백의 문학, 진솔한 문학이라고 회자되는 수필처럼 살고 싶은 수필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수필문학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써 질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