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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오래되고 큰 나무는 함부로 베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옛 선조들은 이런 나무들 앞에서 집안의 안녕 바라거나 악귀를 쫓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 일명 '노거수'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역사적 전설이나 고사(告祀)를 간직하고 있다고 여겨 오랜 기간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인구 유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울산 북구 송정지구 내에서 노거수가 죽어가고 있다.


160년된 팽나무로, 여름에 접어 푸른 잎들이 무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잎이 마르는 등 생육 상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이 팽나무는 100년 이상 같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있어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가 있고, 그에 따라 신성시 여기고 있기도 해 존재의 의미가 크다.


지난해 인근 아파트를 공사하던 중 해당 나무 뿌리 일부가 훼손이 돼 한 차례 곤혹을 치렀는데, 이 같은 현상이 재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당시 건설사 측은 노거수를 훼손시키면 안 된다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 실시설계를 변경하는 등 노력을 취했지만, 마을 상징인 나무의 뿌리가 잘려나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북구 제전마을에서 병충해를 입은 당산나무를 베어내 해당 마을에 흉흉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본 후 인근 주민들의 노거수에 대한 보호 염원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의 컨설팅을 한 차례 받아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생육 상태에 최근 북구청은 다시 나무전문 병원에 의뢰해 정밀진단을 맡겨놓은 상태다. 그러나 차일피일 늦춰져 잎이 나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터줏대감인 지역민들의 바람대로 지자체는 송정지구 내 노거수의 나빠진 생육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하루 빨리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예민한 사료인 만큼 이 같은 일이 발생하기 이 전에 지자체는 노거수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유지·관리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이외 급격한 기후변화나 자연재해에 대응할 매뉴얼이나 전문가 지원 등을 세세하게 규정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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