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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박선우

내가 가지고 있고 나를 이루고 있는 것에서
무게도 없고 부피도 없는 것은 너무도 자유로와
가는 곳마다 있는 곳마다 제자리다
나로부터 나온 생각이 나를 내버려두고
저만치 억겁의 나이를 먹었지만
나로부터 새로워진 그들의 모든 세월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지났겠지만
이제 갓 태어난 하느님처럼 새롭다
내가 공간을 만들 수만 있다면
기꺼이 물질로써 채울 수 있으련만
있는 공간의 색이 하도 바래서 만들어도
이내 탈색되어 남아있는 것이 생각이다
질량감 없는 생각이 색 바랜 공간을 뚫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지나 나를 떨군 채
저리 살아 시공을 넘나든다.

△시인 박선우 : 경북 포항시 출생, 해양대학교 졸업, 플랜트 설계 엔지니어, 벤처기업 대표이사 역임, 시집 : 2003년  '0.5mm로 샤프 연필로 본 세상'.
 

박진한 시인
박진한 시인

가지고 있는 책 중에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집 한권 '0.5mm로 샤프 연필로 본 세상'이란 시집이 있다. 받고 12년 동안 매년 한 번씩 꼭 읽어보는 마술 같은 시집이다. 이 책의 작가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나와 업무적으로 막역한 사이다. 글 또한 초현실주의를 추구해 나와는 이 분야에서는 가끔 토론하는 분이다. 또 시인은 굴레나 속박을 싫어한다. 문인협회나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으신 분으로 한마디로 숨은 시인이지만 터뜨린 캔을 들고 다니는 행사 시인보다 글이 깊고 20년 이상 필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시다.


초현실주의 기법에서도 매우 형이상학적 자유와 독특한 추상적인 깊이의 세계를 추구한다. 오늘 소개하는 '생각'처럼 시작부터 "생각은 무게도 없고 부피도 없는 것은 너무도 자유로와 가는 곳마다 있는 곳마다 제자리다" 설명이 듯하나 생각이다. 또 다음을 보자 "나로부터 나온 생각이 나를 내버려 두고 저만치 억겁의 나이를 먹었지만~~~~이제 갓 태어난 하느님처럼 새롭다"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자유다.


시인이 시와 쪽마다 곁들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최면에 결려 들어가는 야릇한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하기에 이 시 한 편으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드러난 것이 생각인 것 같으나 무엇을 추구하려는 것인지는 잡히면서도 알 수가 없다. 샤프로 그린 그림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를 확실히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기에 식사만으로는 가슴을 채울 수 없다. 그러했기에 도덕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가끔 현실 부정이란 꿈으로 피운 초현실주의적 글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박진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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