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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중순께 울산시의회에서 지방 공공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가 사상 처음으로 열릴 전망이다.

인사청문회는 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고, 지방 공공기관장의 자질과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됐지만, 청문 대상 기관장의 인사 시기와 겹치지 않아 지난 6개월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울산시의회는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된 울산시 산하 연구기관인 울산발전연구원(울발연) 원장을 새로 임용하는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원장 후보자가 확정되는 다음 달 중순에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현 오정택 울발연 원장은 지난 2017년 11월 임명돼 내년 10월 말까지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았는데, 최근 개인적인 사유로 울산시에 사표를 낸 상태이며 오는 30일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울발연은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새 원장을 뽑기 위한 공모에 들어갔다.

울발연은 공모와 함께 원장 후보자 심사를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위원장 포함 7명)를 이미 구성했으며, 공모 결과 복수의 후보자가 신청했을 경우 임원추천위를 열 계획이다.

임원추천위는 시의회에서 3명, 시와 울발연이사회에서 각각 2명씩 추천을 받아 공무원과 시의원을 배제한 민간인만으로 구성했다.

만약 이번 공모에서 신청자가 1명뿐일 땐 배수 인원 추천 규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재공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경우 인사청문회 일정도 보름정도 순연될 수 있다.

하지만, 울발연 원장의 연봉이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황금 요직인데다 역대 원장 공모에서 신청자가 없어서 재공모한 사례를 없기 때문에 청문회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원추천위는 공모 신청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배수 인원을 울발연이사회(이사장 송철호 시장 포함 위원 11명)에 추천하게 된다.
 
이사회에서 다시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게 되는데, 이 후보자가 시의회 인사청문회장에 앉게 된다. 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시의회에선 이미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구성 논의에 들어갔다.

방법은 지난해 12월 울산시와 맺은 인사청문회 협약서 내용에 맞게 위원 7명의 인사청문특위를 별도로 구성하는 방안과 기존 의회운영위원회를 특위로 전환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의회운영위는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의원이 4대 1로 구성돼 있어, 7명으로 구성토록 한 협약서 규정에 맞지 않고, 여야 의원 중 인사특위 참여 희망자가 많아 별도의 특위 구성이 유력한 상태다.

이 경우 인사청문특위 구성은 원내 여야 의석수를 고려해 민주당에서 5명, 한국당에서 2명이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인사특위는 인사청문회 요청서가 시의회에 접수된 뒤 10일이 지나도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시장에게 송부되지 않을 경우 후보자를 임용할 수 있다는 협약서 규정에 따라 10일 안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문제는 시의회 인사청문특위의 결과보고서는 '참고용'에 불과해 후보자 임용 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다.

시와 시의회가 체결한 인사청문회 협약서에는 '시장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참작하여 후보자 임용 여부를 결정하되, 보고서는 시장의 임명권한을 귀속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해 청문회 자체를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놓았다.

또 인사청문회의 공개 여부도 아직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자칫 비공개로 할 경우 시의회 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깜깜이 청문회'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약서에는 당초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가 협약식 석상에서 이 문구를 삭제했는데, 인사청문회의 공개 여부는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시와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2일 지방공기업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인사청문 대상은 울산시설공단, 울산도시공사, 울산발전연구원, 울산경제진흥원 등 4개 산하 기관으로 정했다.

시는 인사청문회 도입 요구에 따라 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는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협약으로 도입·시행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인사청문회 실시협약 이후 이번에 울산발전연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처음 연다"며 "인사 검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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