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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밀착한 기록에서 찾은 귀중한 생활사 조각들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민속학자 고광민 씨가 최근 펴낸 '고개만당에서 하늘을 보다(도서출판 한그루)'.


 이 책은 울주 지역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한 어르신의 농사 일기를 풀어낸 것이다. 저자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그간 주로 제주를 비롯한 여러 섬에 대한 기록을 찾아 생활사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울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울산대곡박물관에서 김홍섭 어르신의 농사 일기를 접한 뒤 가장 기록이 충실하고 오래된 1962년 일기를 선택, 그 내용을 풀이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기를 쓴 김홍섭 어르신은 울주군 두동면 삼정리 하삼정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러나 2004년 대곡댐 건설로 인해 마을이 수몰되면서 두서면 서하리 대정마을로 삶터를 옮겼다. 농사일기는 1955년부터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기에는 농사에 관한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의 물가, 시장에서 거래되던 물건의 종류와 값, 경조사와 축의금의 변화, 마을의 살림 등 지역의 생활사가 담겨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김홍섭 어르신 일기를 월별로 나눠 주석과 해설을 달고, 일기에 등장하는 일부 생활도구는 화상 자료와 함께 해설문을 붙였다.
 2부는 일기 내용을 중심으로 김홍섭 어르신에게 가르침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소론을 수록했다. 땔나무의 1년, 소의 일생, 논 거름의 1년, 밭 거름의 1년, 고개만당의 운명, 두레, 언양장에 나타난 바닷물고기의 추적, 콩쿨 대회 이전 마을의 민속 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에는 김홍섭 어르신 일기의 원본을 실었다.


 고광민 작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는 고개만당의 천봉답. 그 땅을 일구며 살던 사람들의 기록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며 "비록 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물속에 잠겼지만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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