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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판 노크귀순' 사건이 갈수록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은 기관 고장으로 인한 '표류'가 아니라 의도적인 '기획 귀순'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밀하게 기획된 귀순에 육ㆍ해군의 해안경비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삼척항 앞바다에서 발견해 예인했다고 사실상 인정해온 군과 국방부도 조직적인 사건 은폐ㆍ축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이 해상판 노크귀순으로 거론되는 것은 지난 2012년 9월 28일 있었던 '노크 귀순'과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한 조선인민군 병사는 저녁 허기를 참지 못하고 음식물을 훔치다 상관에게 적발돼 싸우고 귀순을 계획했다.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새벽 4시경 인민군 병사는 경계근무 중 강원도 고성군 운전리 소재 부대를 이탈하여 50여㎞를 남하하는 과정에 고성항 인근 야산에서 이틀간 은신했다. 은거 후 10월 1일 21시경에 고성항에서 출발해 금강산 관광도로와 철길을 따라 이동해 10월 2일 화요일 07시경 능호에 도착, 휴식 후 16시경 재출발했다. 10월 2일 화요일 DMZ 내 북한군 2중 철책에 도착하여 일반 철조망은 월책하고 전기 철조망은 나무판을 대고 간격을 벌려 통과했다. 월책 후 초소로 찾아갔으나 근무를 서지 않는 빈 초소여서 경비대의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또다른 초소 막사를 찾은 귀순자는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했고 소대장 등 우리 장병이 23시 19분경 신병을 확보한 사건이다.


노크귀순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각종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을 규명할 열쇠 중 하나는 목선의 이동 루트다. 목선은 직선거리만 500㎞가량인 경성(함경북도)~삼척 구간을 항해해 왔는데 최소 700~800㎞를 이동했다. 길이 10곒, 폭 2.5곒, 무게 1.8t의 28마력 소형 목선이 삼척항까지 항해하려면 최소 1000L의 기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선 무게 절반 이상의 연료가 필요했다는 뜻인데 삼척항 입항 당시 목선에는 녹색 통이 2개 가량만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해는 대체로 해류(海流)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류를 거슬러 이동하려면 내내 동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해군 관계자는 “항해를 하는데 바람의 영향도 있을 수 있고 부분 부분 해류가 달라져 바다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군은 목선이 레이더에 포착되기도 했으나 당시 배 높이보다 높은 파도가 쳐 식별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경찰에 최초로 알렸던 신고자는 “가장 젊은 사람 1명은 빳빳하게 다림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며 “다리미로 칼 주름을 잡은 옷이었다"고 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는 이번 사건은 아무래도 남북간의 주적관계가 모호해진 국방부의 느슨한 안보태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선이라 할 수 있다. 어쩌다 귀순이라는 우스개 소리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철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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