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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이 하는 일'이다. '신규'공무원은 언제까지일까? 다음 기수가 들어올 때까지 인가? 정확한 기간은 없다. 업무에 어느 정도 숙달됐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레 신규라는 말은 빠지는 것 같다. 작년에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받아 처음 맡은 업무는 기획예산실 정책개발계 업무였다. 발령 받은 기쁨도 잠시 정신없이 업무를 배웠다. 책상에 앉아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것과 실제 공무원의 일을 한다는 것은 천양지차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더 막막했을 것이다.


정책개발 업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공보계로 옮겨 다시 신규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다 작년 9월에 반구2동으로 오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신규공무원이 됐다. 3번의 신규 생활을 거치면서 내가 공무원이 되기 전에 생각했던 공무원과는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조직에 대한 것은 첫째로, 부서 간 또는 부서 내에서 자리 이동이 잦은 줄 몰랐다. 그리고 인사발령으로 처음 보는 업무에 담당자가 되어 업무파악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처음에는 막 들어온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 상황에서 담당자에 어울리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또한 담당자로서 책임감의 무게를 처음 느꼈다. 둘째는, 직무상 명령을 따라야 하는 딱딱한 조직으로 생각했지만,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점은 달랐다. 그리고 연가 등 사용도 비교적 자유로워 내가 생각한 경직된 조직이 아니어서 새로웠다.


업무에 대한 것은 첫째로, 구청의 업무는 내가 생각한 공무원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발령받기 전에는 막연하게 일선기관인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서류를 발급해주는 것이 구청의 업무로 생각했다. 그러나 근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로, 단순하고 쉽게 느껴졌던 서류 발급업무를 맡아 해보니 단순하지 않았다. 서류 하나 하나는 다양한 법령에 기초하고 있어 법령 숙지는 기본이고 전산 처리 방법, 다양한 경우를 대비해 숙지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불만이 가득히 품은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민원인은 불만과 개인 사정을 얘기하면서 절차상 발급할 수 없는 서류를 억지로 발급해 달라는 요구할 때,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려면 그만큼 법령 등을 많이 알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결국 동 행정복지센터든 구청이든 구민들을 위한 업무를 본다는 것이다. 각 부서와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모든 업무는 제각기 다르지만, 최종 목표는 민원의 해결과 구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행정복지센터와 각 부서가 함께 협조하며 돌아가는 것을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면 업무와 조직이 굉장히 유기적이라고 느꼈다.


신규가 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설렘과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인사발령과 한 번의 재배치를 경험해 신규라 하면 세상은 굉장히 넓고 놀랍다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그동안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를 보며 놀랐고, 세상의 한 분야인 공무원도 많은 일들이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어 세상이 굉장히 넓게 느껴진다. 또한 직업은 단순히 인터넷 검색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다 알 수 없고, 직접 겪고 조직에 몸을 담고 있어야 알게 됨을 이번 경험을 통해 느꼈다. 아마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접하는 직업에 대해 정신이 없고 많이 좌절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듣고 보고 배우면서 생각도 풍부해져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좌절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경험하고 삶을 지속하는 다짐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신규로서의 시련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여도 신규가 되는 순간은 많이 찾아올 것이다. 항상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인생은 처음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느낌과 다짐을 되뇌면서 나가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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