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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사업은 외형적·물리적 방법이라기 보다 이웃 간 관계나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고취하고, 서로 끈끈한 인간적 교감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 대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북구에서는 2012년부터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15개 단체에 7,2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중이다.


필자는 2015년 지역공동체활성화 지원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에서 마을 관련 사업을 담당했고, 지금은 북구청 경제일자리과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면서 5년째 마을만들기 사업을 맡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를 생각해 보고 이를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 키워드는 '호혜(互惠)'다. 호혜는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에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술적·물적 요소보다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상호 신뢰와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시간적 동시성이 전제되지는 않지만 행위자들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각 단체의 목표에 따라 활동을 추진한다. 북구는 이들 단체의 네트워크인 '소통넷'을 통해 서로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가올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쓰레기를 절감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강물 정화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사업 현장에 14개의 단체 회원들이 참여해 서로의 활동 모습을 벤치마킹하고, 사업 종료 후에는 주관 단체가 다른 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본인들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는 '호혜'적 관계를 형성한다. 또 다른 단체는 지역의 문화 시설이 부족해 동네 주민들과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영화제를 연다. 영화제 현장에는 여러 마을만들기 사업팀이 홍보와 체험부스를 운영해 행사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각자의 활동 속에서도 '같이'의 가치를 형성함으로써 공생과 상생의 길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번째 키워드는 '참여'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을에서도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포토존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커뮤니티 공간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사람, 관광객들에게 그 지역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IT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SNS를 통한 기계적 소통이 활발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큼 소통이 원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웃 간에 자주 만나 정을 쌓고 일상 이야기도 하고 더 나아가 우리 동네를 위한 작당모의(?)를 하다 보면 삭막한 일상에서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북구 마을만들기 사업에서는 되도록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자의 사업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테면 매월 한번씩 마을만들기 연구회를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 마을 의제를 발굴한다. 또 1년에 2번 정도 사업 간담회를 열어 마을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연말에는 성과공유회를 열어 한해의 성과를 결산하는 등 재미있는 마을 사업을 위한 방법을 함께 궁리한다. 이웃과의 단절, 도덕적 해이 등으로 흉흉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마을은 점점 고립적인 존재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시작하면 된다. 내 손으로 직접 우리 마을을 디자인하고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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