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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조치에 들어간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이번 심사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이 자국 조선업 보호 차원에서 경제보복조치 대상에 우리 조선업을 포함시키면서 기업 결합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日, 자국 산업 글로벌 실적 부진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교안보 갈등이 경제 문제로 확대되면서 일본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및 OLED 관련 수요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강제징용 갈등에 따른 보복임을 시사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배한 것이라며 WTO 제소 등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당장 기업결합을 앞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 초대형 조선사 탄생 꾸준히 불편한 심기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에 신청서를 넣을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초대형 조선사 출범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보인 일본이 냉랭해진 관계를 빌미로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제적 사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글로벌 조선사 기업 결합에 해당하므로, 경쟁국인 일본이 자국 조선업 보호 차원에서 경제보복조치의 대상에 우리나라 조선업을 포함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조선업은 최근 8% 선인 한 자릿수 점유율로 글로벌 조선업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28% 수준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발전계획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 강제징용 외교 갈등·수출규제 맞물려
실제 일본은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 1위 현대중공업과 2위 대우조선해양 간의 합병이라는 '빅딜'을 두고 독점 문제 등을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취임 기자회견에서 "압도적인 크기의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쟁 조건 확립을 위해 일본 정부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공정거래조건 확립을 촉진하겠다"고 밝혀 승인 과정이 까다로울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선사들은 초대형 조선사 출범으로 독과점에 따른 화주들의 선박 협상력 약화, 선가 인상 등을 지적한다. 실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시 점유율은 72.5%, 60.6%로 올라선다.  

그러나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대한 거부권을 고의적으로 행사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 韓 조선업계, 어깃장 놓을까 노심초사
현대중공업은 "점유율 증가만으로 시장에 훼손을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수주 산업으로 시장의 수급 논리로 움직이는 데다 아직까지 공급능력이 많아 조선사 마음대로 선가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본도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면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우리나라가 심사를 하는 입장에 서게 되므로 굳이 일본이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는 표준을 두고 그에 맞춰서 심사를 하는 것이므로, 일본이 감정상하는 일의 유무를 떠나, 글로벌 공정거래 컨센서스 범위 밖의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어떤 판단을 근거로 승인을 할 때, 일본만 동일한 상황에서도 미승인이라는 결과를 낸다면, 글로벌 경제를 거스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굳이 모험하지 않을 것"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6월 대우조선 인수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기업결합심사를 마치고 산업은행과 지분 교환을 완료하면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을 거느린 초대형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본계약, 존속법인 물적 분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예비 실사 작업 등을 마치고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 사의 결합을 심사하고 있고, 경쟁국 심사는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5개 국가가 지정됐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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