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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우리 산업을 어디까지 흔들어 놓을 지 염려가 크다. 일본은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핵심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공표하면서 서슬퍼런 칼을 빼들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소재들이다. 소재나 원료 싸움 앞에 반도체 세계 1위라는 한국의 타이틀이 무색하기 짝이 없어졌다. 그 뿐인가. 화학·자동차·조선 등에 이르기 까지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력 산업 상당부분은 일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전기차의 모터나 컨트롤러 시스템은 물론 배터리 전해질막이나 수소차에 들어가는 탱크용 소재, 자율주행차용 센서와 시스템 반도체 등 일본의 소재가 쓰지 않는 곳이 없다. 일본이 보복의 반경을 넓히려고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그야말로 '쑥대밭'도 각오해야하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 대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데는 최근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것이 발단이 됐다. 뻔히 눈에 보이는 치졸한 보복에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가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늘 착한 이웃 코스프레를 해오다가도 국내 경기가 좋지 않고 수출이 휘청걸리 때면 약한 체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경제를 쥐락펴락 해왔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일본은 한국의 도움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한 바 있다. 비단 일본 뿐이랴. 중국의 화풀이식 보복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부각시켜 우리의 중국 시장이 반토막 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안기면서 부터 우리는 이미 동네북 신세였다.


힘이 없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 그 힘의 원천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탄탄한 경제다. 그래서 원천기술 개발이나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에게 입고 있는 상처는, 결국 뿌리 깊은 나무만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음을 되새기는 교훈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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