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이미지(image)를 남겼다. 그의 모습은 분향소의 영정으로 나타난다. 봉화마을의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2-3km나 길게 늘어서 있다. 이와 달리 서울의 대한문 앞 분향소는 경찰버스로 둘러싸였다. 분향소로 가려는 조문객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의 좁은 출구를 힘들게 빠져나오려 안간 힘을 쓰는 모습과 전경버스로 막아 텅 빈 서울시청 앞 광장이 대조된다.
방송과 신문의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모습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미지는 대중매체가 만든 사람과 현실의 선택적 묘사다. 뉴스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비교적 실체에 가깝다. 하지만 악의적 뉴스는 사건과 현상을 왜곡하면서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신문과 방송의 영향이 커진 현대 사회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다. 이미지 사회에서 권력의 원천은 힘과 돈에서 이미지로 옮겨간다.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은 저마다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지는 뉴스로부터 형성된다. 정치인과 정당은 이미지 형성에 유리한 뉴스의 제공을 통해 선거에서의 당선과 집권을 꾀한다.
권위·지역주의 타파·서민중심
농군·후덕한 이웃어른
하지만 검찰의 수사로 측근과 가족의 금품 수수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렴 이미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가족의 혐의 사실은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도덕적 이미지는 가족과 측근에 대한 혐의 공개로 붕괴되고 있었다. 고인의 서거 이후 시민들은 수사 검찰과 일부 언론의 이미지 공세에 주목했다. 봉하마을과 전국 곳곳의 분향소 그리고 사이버 공간의 아고라 분향소를 찾는 이들은 고인의 생애를 돌아보고, 재임중 활동을 회상하고, 퇴임후 생활을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있다.
진실한 이미지 존중해줘야
이미지 사회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누리고 있다. 이미지는 삶이다. 이미지는 현실에서 나왔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잘 가꾸어진 자랑스러운 이미지는 현실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활력을 주기도 한다. 소중한 이미지가 부당하게 손상되면 실제 삶도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타인의 이미지를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이미지도 존중받을 것이다. 개인이 현실 속에서 진실한 이미지를 만들면, 사회가 그러한 이미지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노 전 대통령의 삶과 서거를 통해 이미지 사회의 지향점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