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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이 그동안 울산지역을 본거지로 해 연구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성공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의 대규모 생산공장을 울산이 아닌 군산에 두기로 확정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기업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알짜 기업들의 탈울산 행렬이 계속되고 있지만 울산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 제품개발은 울산서 생산기지는 타지에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은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 물질인 '이소소르비드(isosorbide)' 공장 증설을 위해 이날 전북도, 군산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양그룹 화학 사업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은 군산자유무역지역 내 2만 9,000㎡ 부지에 710억 원을 투자해 연산 약 1만t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은 2021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이소소르비드는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드는 바이오 소재다. 플라스틱, 도료, 접착제 등 다양한 용도에 기존 화학 물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 삼양사 신소재공장 전북군산에 건설
특히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 등이 향상돼 모바일 기기와 TV 등 전자 제품 외장재, 스마트폰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식품용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삼양그룹은 2014년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이소소르비드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는 그동안 울산 삼양사 공장에서 파일럿 생산 설비를 운영하면서 우레탄, 접착제 등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한 제품 개발을 연구해왔다. 울산에서 연구개발에서부터 상용화까지 성공해놓고 정작 대량 생산 기지는 군산에 두기로 한 것이다.

울산에서는 최근 이같은 기업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미 탈울산 행렬에 합류한 상태다. 

# SK·삼양사 '휴비스 울산공장' 가동중단
실제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공동출자한 남구 황성동의 휴비스 울산공장은 오는 9월 문을 닫기로 했다. 

본사는 서울에, 공장은 전북 전주와 울산에 각각 두고 있는데 울산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대신 전주공장에 630억 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늘리기로 전주시와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울산공장 내 130명의 직원과 생산 설비도 모두 전주로 옮겨가게 됐다. 

높은 열을 가하면 접착제처럼 달라붙는 기능성 소재인 폴리에스터 단섬유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세계시장 공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 20년 향토기업 현대알비도 부산행
울주군 온산읍에서 강관을 제조하는 현대알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20년 동안 지켜온  울산 향토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내놓고 부산 기장군으로 떠난다. 최근 기장 명례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해 이전 작업에 들어갔으며 내년에는 100명이 넘는 직원이 이곳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현대알비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끝에 강관 제조설비의 국산화를 이끌었고, 각종 특허권을 취득하며 울산을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상시고용 인원은 120여 명으로 증가했고, 연매출 규모는 890억 원에 이른다. 

# 본사 울산 이전했다 다시 떠난 경우도
지난 2008년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로 본사를 이전한 자동차 부품업체 부산주공 주식회사도 지난해 초 다시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다. 현재 가동중인 1·2공장은 그대로 뒀지만 부산시 기장군 신소재일반산단에 새롭게 공장을 지으며 본사를 옮긴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울산시는 대응책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마다 기업체 모셔오기 경쟁에 매달리면서 기업들에게 각종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울산시는 세수가 줄어들고  인구 마저 빠져나갈  상황이지만 이들 기업들의 본사 이전을 막을 마땅한 유인책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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