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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어머니는 오늘 새벽에 불도 켜지 않고 소파에 걸터앉아서 희미하게 비치는 울산종합운동장 가로등 불빛으로 시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수필 '관심' 중에서)
 울산문인협회 회장이자 수필가인 정은영 씨가 최근 수필집 '병영성을 걷다'를 발간했다.
 다방을 추억하는 글을 묶은 책 '다방열전' 이후 4년 만에 펴낸 책이다.
 이번 수필집에는 병영성을 바라보는 저자의 정감어린 시선과 전통시장 내 빵집이야기 등 일상 속에서 보고 느낀 58편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글들이 다양하게 실렸다. 
 수필 '갈등'에선 "어머니는 매일 아침 두 개 또는 세 개, 나 혼자 먹을 만큼만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먹다보면 잘 먹는다 싶어서 내놓는 개수를 늘릴 것이 뻔하다"며 어머니의 사랑을 '갈등'에 빗대 표현했다. 수필 '세대 차이'에서는 "아들의 새파란 젊음, 어중간한 중년의 나 그리고 팔순의 숨 가쁜 고비를 넘어선 어머니의 생각은 흔히 말하는 세대 차이 표준 같다"며 삼대가 오붓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정은영 작가

 소설가 이충호씨는 작품 해설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족의 사랑은 겉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거나 요란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며 "생활 속에서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때로는 안타깝게 느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정은영 작가는 "이번 수필집이 나오기까지 여러 문우의 힘이 보태졌다. 서평을 써주신 이충호 작가님께도 감사드린다"며 "평생 자식 걱정하시는 어머니와 늘 큰소리치고 잘난척하는 남편을 잘 봐주는 아내에게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저자는 197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면서 줄곧 울산에서 살았다. 울산예총 사무처장을 역임하고 현재 울산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7년 문학지 '문학공간'을 통해 이름을 올렸고, 지은 책으로는 산문집 '부치지 못한 편지' 수필집 '다방열전' '액션 스피치' 등이 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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