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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보급과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롭게 등장한 최첨단 IT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접목되면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승차공유 등 새로운 '모빌리티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변혁의 한 가운데 서게 된 우리 자동차업계는 낡은규제, 허약한 기술기반,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의 한계 때문에 운신의 폭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분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고태봉(사진) 하이투자증권리서치센터장을 만나 4차산업혁명시대를 마주한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지난 4~5년간 기존 비즈니스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미래기술에의 방향성 모색에서 혼란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4차산업 新 모빌리티 라이프
   경직된 노동시장 등 한계 여전
   글로벌 경쟁력 강화 새판짜야

 

# ICT기술 협업서도 한발 뒤처져
고태봉 센터장은 4차혁명에 대한 한국 자동차 업계의 대응이 글로벌 업계와 비교해 늦은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4차산업의 핵심을 '가상 물리 시스템'(CPS·Cyber Physical System)으로 요약했다. 이를 자동차에 접목시켜보면 자동차와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된다는 V2X(차량 간 무선통신 기술), 인공지능과 통신, 각종 스마트센서를 이용한 Autonomous(자율주행) 등 기존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우 친환경(EV) 분야에선 하이브리드차(HEV)와 수소차(FCEV) 위주의 대응으로 발맞춰 왔으나, 이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만큼 실력을 쌓지 못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자율주행 역시 레벨2 단계까지는 성공시켰지만,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술적 기반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지, 판단, 제어의 3단 프로세스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선 ICT기술과의 밀접한 협업이 필요한데 여전히 우리는 글로벌 상위사에 비해선 독립적 노선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日 전통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활발
고 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을 사례로 들며 해외의 경우 양방향 연결성·자율주행·차량 공유와 서비스·전동화에 일찌감치 대응해 기술기반을 다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도 초창기에는 무조건 인수합병(M&A)하는 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었지만, 최근에는 전략적 제휴의 형태로 협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GM의 경우 해외사업부문·북미·유럽 등 전통 자동차사업을 구조조정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차량공유업체인 '리프트(Lyft)와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크루즈(Cruise)에 대규모 투자를 전개했다. '메이븐'(MAVEN)이라는 공유서비스를 자체 런칭하기도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고 센터장은 "일본의 도요타는 '서비스로서의 교통'( TaaS3.0·Transportation as a Service)의 변화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국내외 네트워킹에 제조업 1위의 자존심도 버린 상태다"라며 "이미 네트워킹 서비스인 모네트(Monet) 서비스에 대한 주도권의 소프트뱅크에 양보하고 미래 모빌리티 하드웨어로서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요타는 그러면서 해외업체인 우버, 그랩 등에 투자해왔고, 겟어라운드사에는 1,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 저효율·고임금도 풀어야할 과제로
고 센터장은 낡은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우리의 미래자동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차업계에서 가장 부족한 영역으로 차량공유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꼽았다.


고 센터장은 "한국은 여전히 P2P Car hailing(개인이 소유한 차량으로 APP 기반 호출을 통해 카풀을 하는 서비스)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며 척박한 토양이 가진 한계를 꼬집었다.
그는 "카카오나 쏘카 등이 이미 플랫폼 저변을 확대해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택시로만 서비스를 제한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우버와 같은 해외 자이언트들이 한국에 재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 센터장은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역시 딜카, 위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해봤으나 성과가 없었고, 럭시에 투자해 차량공유를 본격화하려 했으나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로 카카오에 지분을 매각한 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효율·저임금도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자동차산업 평균임금(2017년)은 9,072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344만원), 독일 폴크스바겐(8,487만원)보다 높다. 매출액 대비 임금비중은 12.29%로 도요타(5.85%)와 폴크스바겐(9.95%)을 뛰어넘는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 부품이 2,000여개 정도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18개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래차로 갈수록 고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하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 노조와의 극단적인 대립이 불가피하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기아차 인도 공장까지 준공하면 글로벌 940만 대 체제가 된다.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상시 비용절감 시스템 운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왔다"며 "노조의 반대로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센터장은 "조직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 뒤 "어떤 경우든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제품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는 '카니발라이즈' 효과가 불가피하다. 우리 자동차업계도 이에 대비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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