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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상식적인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죽창가'를 SNS에 올렸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라며 유튜브에 올라온 '죽창가'를 공유했다.

 

'죽창가'는 고(故) 김남주 시인이 작사한 것으로,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진 녹두꽃이 되자 하네 /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 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반란이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녹두꽃'와 '죽창가'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에 맞선 의병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수석의 죽창가 인용에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조 수석은 자신의 SNS에 '죽창가'를 올렸다.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일본을 향한 죽창이 되자고 선동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어떻게든 스스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는 하지 않고, 뒷짐지고 국민을 향해 선동질을 하고 있을 때인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논평했다. 정치권 외에도 여러곳에서 죽창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쓸 데 없는 소셜미디어(SNS) 정치"라며 “참 기가 막히고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드라마 '녹두꽃'을 보며 일본이 아니라, 무능하고 한심하고 비겁한 조선 정부에 더 분개하게 된다"며 동학의 실체는 부패한 조선 조정에 대한 반기로 풀이했다. 


죽창은 쉽게 만들 수 있고 인명 살상도 가능한 저렴한 무기다. 하지만 저렴한 만큼 내구성은 형편없어 제식무기로서는 실용성은 별로 없다. 문제는 이 죽창은 실용적인 측면보다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죽창에 함의된 의미는 농민 등 평민이나 하층민들이 반란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 때문에 죽창은 예로부터 동양권에서 애용되었던 무기다.


우리의 경우 동학농민혁명과 죽창은 오버랩될 정도로 친근하지만 가까이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점령지마다 지주세력에 반발한 민초들이 거머쥐었던 저항의 무기가 죽창이었던 기억도 있다. 중국 남부에서 왜구토벌 당시 척계광이 창안한 낭선이 대표적인 예인데, 낭선창의 경우 아예 대나무 가지에 날카로운 쇠조각들을 적절히 붙이고 여기에 독을 발라 놓았다. 죽장창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단순히 긴 대나무에 창날을 단 것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들이 부비트랩의 일환으로 함정을 파고 그 밑에 독과 오물을 바른 죽창을 잔뜩 꽂아 놓기도 했다. 대나무를 구하기 쉬운 일본에서는 죽창을 포함하여 대나무를 군사적 목적으로 자주 사용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궁지에 몰린 일본 제국이 본토방어를 위하여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죽창 제작을 명령하며 이것을 가지고 적을 물리치는 무기로 사용하라며 줬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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