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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시민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태풍 차바 때 침수 피해를 입은 태화시장 상인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고,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의 시민들도 불안한 밤을 보냈다. 

무엇보다 얼마 전 국가정원 지정을 받은 태화강대공원은 시시각각 수위가 차오르며 시민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지난해 태화강 지방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해달라는 울산시의 신청서에 대해 산림청이 치수대책 전반의 보완을 요구한 적이 있다. 태화강 하구의 수변공원은 태생적으로 홍수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범람과 훼손보다는 침수와 복구가 반복되는 특징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산림청은 태화강 국가정원 신청서에 대한 보완 자료를 제출하라며 풍수해에 대비한 침수대책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보완 요구가 있었지만 핵심은 풍수해 예방과 대책이었다. 

실제로 태화강은 2016년 태풍 '차바' 때 일부 구간이 범람하는 등 막대한 침수피해를 봤다. 울산시는 빗물을 모아 하류로 흘려보내는 것이 하천의 순기능임을 고려할 때, 태화강 범람이나 침수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대신 비 피해를 최소화하는 관리 방안,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복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산림청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용역을 통해 지형·지질을 고려한 침수대책,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나무 식재와 시설물 설치 방안 등을 마련해 둔 상태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핵심 과제는 치수대책과 킬러 콘텐츠에 있다. 태화강이 이 두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원이 된 것은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살아 있는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50년 개발의 현장이 공해의 강에서 생태의 강으로 변한 사실은 국가정원 2호로는 어림없는 상징적 보상이다. 태화강은 이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명사가 됐다. 십리대숲과 대공원에는 올해도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태화강의 정취를 만끽한 관광객들은 울산이 공해도시가 아니라 생태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로 그 태화강이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만큼 울산은 이제 생태도시라는 이미지 제고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정원은 관련 법률에 따라 녹지 30만㎡ 이상에 전통·문화·식물 등 서로 다른 주제별 정원 5종 이상,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익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전남 순천만이 유일하게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 일원에 십리대숲, 태화루, 대나무생태원, 작약원, 무궁화 정원, 나비 생태원, 초화원, 철새 공원 등을 갖추고 국가정원 지정을 준비해 왔다. 이제 국가정원이 지정된 만큼 태화강이 왜 국가정원인가를 제대로 알리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생태복원의 모범사례를 전국, 그리고 세계에 알려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이와 함께 태화강 국가정원의 킬러 콘텐츠 개발도 시급하다. 태화강 발원지 스토리텔링과 돋질산, 매립장, 삼산배수장, 요트계류장, 대도섬을 연결하는 역사 문화 축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역성을 가진 보행로를 조성해 태화강과 주변 지역을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있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과제는 바로 치수대책이다. 물론 수질 관리도 당면한 과제다. 태화강 유역의 오수관거를 재점검하고 자연형 하천과 인공하천 구간을 구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인공적인 정원이 아닌 태화강의 생태요소를 반영한 생태 국가정원 조성이 필요하다. 백리대숲, 바람길, 철새 자원 등 태화강 생태자원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에 주안점을 갖고 십리대숲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생태자원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놀 거리 개발이 필요하다. 최대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관광 상품 개발로 울산의 생태관광자원을 태화강 중심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치수와 킬러콘텐츠가 갖춰져야 태화강 국가정원이 국민적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다. 지금 울산 태화강은 십리대숲으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이를 백리대숲으로 확장하면서 킬러 콘텐츠는 더욱 시급해졌다.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계해 백리대숲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태화강에 어떤 콘텐츠를 복원해 놓을 것인가에 있다. 태화강과 생태복원, 그리고 울산의 역사성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바로 학의 복원이다. 울산은 학과 떨어질 수 없는 역사성을 가진다. 백리대숲에 대나무만 식재한다면 울산과 태화강, 그리고 대숲을 연결하는 콘텐츠는 사라진다. 선사인들이 살던 시절부터 울산 하늘의 상징이었던 학을 복원하고 백리 대숲에 학이 노는 모습을 재현한다면 국가정원 태화강의 킬러 콘텐츠가 완성된다. 치수대책을 세우고 학을 복원한 태화강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심장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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