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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의 '어닝쇼크(급격한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은 1,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 역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수출량은 큰 폭의 감소 없이 견조한 흐름을 지켜내고 있지만 정제마진이 꾸준히 약세를 이어오면서 손실 폭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 첫타자 S-OIL, 영업손실 905억 발표
에쓰오일은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 6조 2,573억 원, 영업손실 905억 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적자전환한 1,474억 1,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 폭은 당초 시장 예상(마이너스 300억 원 안팎)보다 컸다. 

올해 상반기 정제마진이 지속 약세를 보인 가운데, 파라자일렌(PX) 제조 시설 및 중질유 접촉분해시설(RFCC)이 정비 작업으로 가동률이 하락하며 손실 폭을 키운 모양새다. 에쓰오일 추산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분기 배럴당 1.4달러, 2분기는 이보다 낮은 1달러를 기록한 마당. 통상 정유업계 손익분기점(BEP)는 3~4달러 선으로 알려져있는만큼 상반기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스프레드 역시 올 상반기 약세를 이었다. 올해 1분기 중국발 환경규제로 호황을 누리며 역대급 스프레드(t당 540달러)를 기록했던 파라자일렌(PX)은 2분기 349달러로 축소됐다. 중국에서 대규모 PX 설비가 신규 가동했기 때문이다. 

# 업계, SK이노 영업익 '반토막' 예상
오는 26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매출액 13조2,772억 원, 영업이익 3,55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2%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반 토막(58.23% 감소) 난 수치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가까스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다만 정유업계는 하반기부터 IMO(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점차적으로 실적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 "GS·현대, 가까스로 영업익 낼것" 전망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IMO2020 시행에 앞서 적격 해상연료유에 대한 재고 확충 수요로 인해 4분기부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조선 선사 등 대형업체들은 스크러버 설치와 관련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에쓰오일의 대부분 고객들은 스크러버 설치보다는 LSFO(저유황유) 또는 디젤을 혼합한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시장이 좋아진다면 내부적으로 디젤 혼합 제품 등 저유황유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하반기부터 IMO 규제 본격 시행
다만 수출량은 다행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올 상반기 2억 3,53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면서 상반기 사상 역대 두 번째 수출량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상반기 수출물량을 달성한 지난해에 비해 0.7% 감소한 수치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하락한 172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유가 약세로 수출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73.6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8% 하락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은 중국으로,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19%(4,412만 배럴)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의 24%에 비해 5%p 감소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12%), 싱가폴(10%), 대만(10%), 미국(8%) 순을 기록했다. 

# 저유황유제품수요 ↑ 실적 개선 기대
눈에 띄는 점은 석유제품 수출국이 미주, 유럽, 중동 지역 등을 포함해 61개국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50개국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정유업계의 수출 다변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의 39%인 9,253만 1,000배럴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항공유(20%), 휘발유(18%), 나프타(9%) 순으로 고부가가치 경질유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경유는 10% 이상 수출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를 올해부터 시행을 한 중국, 대만 등으로의 선박용 경유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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