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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울산발전연구원(울발연) 수장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24일 열린 울산시의회 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깜깜이 청문회에 맥 빠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뒤 낸 결과는 '적격'이었다.
 울산의 현실 상황 인식과 전문성 등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는 않으나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데 다소 의아하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울산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오후 2시부터 임진혁(67) 울발연 원장 임용후보자를 상대로 4시간가량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거쳐 2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는 준비기간 부족에 따른 의원들의 검증 능력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운영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능력이나 정책 등 전문성 검증은 공개로 진행했으나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후보자의 도덕성 등 자질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결과도 발표하지 않아 청문회장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청문회'로 전락시켰다. 무엇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이중국적 문제와 문화재보호구역서 자연화석을 무단 반출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공직 후보자의 국가관 해이 문제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추궁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등 시종 맥 빠진 청문회로 일관했다. 여기에다 2007년 미국인 방문 비자로 국내에 입국해 교수로 취업한 것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 부분 역시 흐지부지 넘어갔다. 또 임 후보자의 UNIST 교수 재직 당시 직원들에 대한 갑질 문제와 부하 직원 비리를 묵인하고 불화가 잦았다는 증언이 쏟아졌으나 정작 청문회장에선 이들 문제가 제대로 짚어지지 않았고, 일부 거론됐더라도 단순 질문에 그치는 등 의원들의 검증 능력도 수준 이하였다는 지적이다.


 임 후보자는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 교수로 생활하면서 영주권을 받았는데, 자녀들이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미국 시민권이 있어야 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 했으나, 영사관이 이중 국적이 가능하다해서 그런 상태로 있었고, 2017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현재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보호구역서 자연화석을 무단 반출한데 대해서는 "보기 드문 귀한 화석이 사람들 발길에 짓밟히고 있어서 가져와서 UNIST 도서관에 보관했는데, 그 이후 없어졌다"며 "무단 반출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 당시 UNIST에 근무한 A씨는 "무단 반출한 자연화석은 임 교수가 정년퇴직하면서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선 또 임 후보자가 송철호 시장의 '열린 시립대학' 공약을 만든 당사자로,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것에 대해 보은인사·측근 챙기기가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지적하는 의원은 없었다.
 시의회 사상 첫 인사청문회는 이처럼 기대 이하의 '통과의례' 수준으로 진행됐고, 인사청문특위가 결과로 채택한 경과보고서의 내용도 청문회 수준을 넘지 못했다.


 특위는 경과보고서 종합의견을 통해 "울산발전연구원장 임용후보자 임진혁은 초·중등 시절 잠시 울산에서 자랐지만 이후 오랫동안 타 지역과 외국에서 생활해 울산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울산시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정책화해야 하는 울산발전연구원의 수장으로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의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이에 대한 의견 및 개선방안이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총평했다.


 경과보고서에선 이어 "그러나, 10여 년간 유니스트 교수로 재직하면서 울산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으며, 울산시 각종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공직 경험도 두루 쌓은 편이다"면서 "설득하고 손수 실천하는 리더십을 중시하는 후보자의 철학 등을 보아 연구원들을 원만히 통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후보자 개인적 문제에서도 특별한 도덕상의 하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특위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분석,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후보자가 보여준 울산에 대한 애정과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발상의 전환과 변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후보자의 열정 등으로 볼 때 울산발전연구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시의회 2층 로비 화상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한 시민은 "시의회에서 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이건 청문회가 아니고 대학교수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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