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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역대급 정제마진 악화에 시달리면서 에쓰오일이 2분기들어 적자전환한데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성적표를 내놓았다. 정유사들이 유가·환율 등 외생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석유화학 등 비정유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급 변화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4,9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 감소했다고 2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조1,036억원으로 2.5%, 당기순이익은 1,690억원으로 67% 감소했다.

석유 부문은 2분기 2,79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화학사업은 파라자일렌(PX) 시황 악화에도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37%에 해당하는 1,84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윤활유사업은 7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비정유사업이 2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8%다.

배터리사업은 재고관련 손실 감소, 운영 비용 절감 영향으로 6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재사업은 고객사 생산 스케쥴 일시 변동으로 전분기보다 32억 원 감소한 2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현대오일뱅크 영업익도 전년비 반토막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매출액 5조 3,196억 원, 영업이익 1,54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3,136억 원)은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 감소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OIL도 2분기 매출액 6조 2,573억 원, 영업손실 9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1,47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은 정유사업에서 수익성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2~3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분기 정제마진이 낮아진 이유는 글로벌 공급량이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줄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면서 경질유인 휘발유와 나프타(납사) 공급량은 꾸준히 증가세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면서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다.

# 국내정유업계 연간 전망 내리막길 지속
여기에 정유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시황이 악화됐다. 중국 석유화학업체 헝리가 올초 250만t 규모의 PX 설비를 가동하며 제품 공급량을 대폭 늘린 것. 이 여파로 인해 국제 PX가격에서 원료(납사)가격을 뺀 제품 스프레드는 1분기 500~600달러에서 2분기 30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일본 수출규제가 변수로 도사리고 있다보니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7.18%, -13.16%로 각각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하고 난 이후 정유업계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상황에 따라서 적지 않은 타격도 각오해야하는 처지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다음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배터리 포장재인 '파우치 필름'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아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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