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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울산지역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초 상견례 이후 2개월여 동안 임금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고 휴가 직전인 지난 16일부터 협상을 재개했으나 현안 문제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난항을 겪자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29일 일부 특수 공정 조합원 대상 투표를 시작으로 30일 울산·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체 5만 명가량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투표 결과는 30일 밤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앞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함께 파업 찬성이 절반을 넘으면 노조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

노사는 5월 30일 상견례 이후 16차례 교섭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이달 17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 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요구했다. 또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최대 만 64세)로 바꾸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도 요구했다.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근절, 최저임금 미달 부품사에 납품 중단 요구 등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요구로 넣었다.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하면 여름 휴가가 끝난 8월 중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노사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019년도 단체협약(이하 단협) 갱신교섭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 구축을 목표로 한 '단협 프레임 혁신'에 합의했고, 그 방식에 따라 진행해 온 단협갱신이 완전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 프레임 혁신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장기간 소모적으로 진행되던 단협을 단기간에 건설적인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2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해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이번 단협은 지난 2일 단협 갱신 첫 교섭을 시작한 이래 3주만에 잠정합의안이 도출됐고, 25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참여 조합원 77.56%가 찬성하면서 완전 타결됐다. 이미 이 회사는 올 초 임금협상을 상견례 시작 후 30분만에 타결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7년부터 노사가 신뢰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노사문화 혁신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라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노사가 '단협 프레임 혁신을 통해 구성원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는 선진 노사문화의 뉴노멀(New Normal)'을 구축하자는데 뜻을 모아 '단협 프레임 혁신'이 가능했고, 과거의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 방식에서 벗어나 '건설적 제안과 배려'로 합의를 이끌어 낸 큰 변화"라고 SK이노베이션은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단협 프레임 혁신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사상 최단 기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 온 '신뢰'와 '상생',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이 노사문화는 향후 100년, 200년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핵심역량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이번 단협을 통해 우리 SK이노베이션 노사가 함께 만들어 온 새로운 노사문화가 우리 모두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단체협상 타결의 의의를 밝혔다. 

이 회사 노사는 △구성원 기본금 1%를 기부해 만든 행복나눔기금을 활용해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 조성, △새로 도입한 구성원 작업복 세탁 서비스의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 통한 장애인 고용 확대, △사회공헌 활동 적극 참여 등을 합의했다. 노사는 또 △그 동안 복리후생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희귀 난치병 치료지원 및 난임 치료와 같이 구성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온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젊은 계층의 구성원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주택구입 시 융자를 확대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가칭 '행복협의회'를 상설로 구성해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문화혁신 등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아젠다를 노사가 상시 논의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행보는 울산지역 노사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새로운 선진 노사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 할만 하다.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노사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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