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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확산일로에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맞춰 대(對)일본 경제보복 대응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이 수출규제에서 화이트국가 제외로 강도를 높여 가는데 대한 맞대응 격인데, 시민들은 '잘 한다'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반일(反日) 만이 능사인가'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의회는 애초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출 규제했을 때만 해도 기자회견을 열어 수출보복 중단을 촉구하고,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를 통해 수출보복 철회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대응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에 머물지 않고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방안까지 들고 나오자 민간 부문의 일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울산시에 대해 일본 도시와의 교류를 전면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일본 전범기업과의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울산시의 공무수행을 위한 일본과의 교류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한 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종학 의원이다.

손 의원은 지난 29일 시에 제출한 서면질문을 통해 "경제 주권을 지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적 대응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면서 "싸움이 아닌 평화를 위해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교류를 전면 중단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교류 중단 시에는 울산시와 울산교육청의 산하 기관·단체뿐 아니라 울산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까지 상호 방문, 교류 행사 등을 일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분야에서 불붙고 있는 일제 불매운동을 지자체 영역으로 확대하자는 얘기인데, 울산시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는 특히 "일본산 불매운동 차원에서 울산시와 산하단체에서는 일본제품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제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은 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울산시는 주로 일본과의 교류 사업을 자매도시·우호협력도시들과 추진해 왔으며, 일본의 하기시와 1968년 10월에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고, 니가타시, 구마모토시와는 각각 2006년 9월과 2010년 4월에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울산시는 이들 일본의 자매·우호협력도시와 매년 경제·문화·관광·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들 도시와 일시적이나마 교류를 중단할 경우 경제보복에 대한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현지에 전달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수십년 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시의회의 강공 드라이브의 정점은 반일의 정서를 담은 조례 제정을 통해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울산시 일본 전범기업 수의계약 체결 제한 조례안'인데, 민주당 소속 윤덕원 행정자치위원장이 제정에 총대를 메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미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동료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까지 마쳤다.

간담회에서는 조례 제정에 대한 공감과 우려가 동시에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측에선 "일본 전범 기업이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도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는 현실에 통탄할 따름"이라며 "수의계약에 전범 기업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시민은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외교 마찰이나 맹목적인 반일 감정 조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조례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한두 차례 더 가진 뒤 오는 9월이나 10월께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보복을 경제침략으로 규정한 시의회의 강경 대응에 대해 시민사회 일각에선 "일제 불매운동에 편승한 강수가 당장은 속 시원할 수는 있겠으나 지자체까지 나서서 반일을 부추기는 꼴을 만들 수 있다"며 "불가근불가원의 일본과 영원히 원수처럼 지낼 수는 없는 만큼 관계 회복기를 염두에 둔 냉철한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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