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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최대 현안임에도 지난 20년 가까이 해법을 못 찾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과 관련해 최근 여권에서 집중적으로 띄우고 있는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이 대세로 기울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폭우로 반구대 암각화가 또다시 물에 잠긴 것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여당발(發) 수문설치 방안이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찬성 쪽에선 임시적 방편이긴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원형 보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하루빨리 설치하자고 다그치는 모습이다.

반면, 부정적인 편에선 상수원 부족 문제와 하류 치수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온도차도 확연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사연댐 수문 설치'를 아예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선출직과 조직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진보정당들로 묶인 지역 야권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와 울산권, 대구·경북권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주관으로 현재 진행중인 '낙동강통합 물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풀 일이지, 선급하게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게 한국당 등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이 시기에 '수문 설치'에 열을 올리는 걸까. 해답은 바로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에 있다.

보수 지방정부가 16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민주당이 울산 집권 2년 만에 해결했다는 성과를 거머쥐는 동시에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총선용 전략인 셈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 울산시당은 이미 정해놓은 수순을 착착 밟아가고 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지난 25일 시당 내 17개 상설·특별위원장들을 모두 동원해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야 한다"고 외쳤다.
상설·특위 위원장들은 회견에서 지난 2003년 차수벽 설치 방안을 시작으로 2008년 터널형 유로 변경안, 2011년 생태제방안, 2013년 가변형 임시물막이 등 지금까지 나온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열거한 뒤 책임을 한국당 소속 전임 시장들에게 돌렸다.

이들은 "박맹우 전 시장 12년과 김기현 전 시장 4년 동안 실효성이나 현실성 없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용역비와 세월만 흘러 보내고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수문 설치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시의원들로 구성된 의원연구단체인 울산행정포럼은 지난 19일 시의회 시민홀에서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와 관련 시민토론회'를 열어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합당한 방안'이라는 학술적 논거를 확보했다.
울산시 미래비전위원회가 주관한 이 시민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연댐의 수위를 52m 이하로 관리하면 반구대 암각화를 침수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일부 토론자는 지난 2013년부터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52m 이하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들어 "물 부족을 이유로 댐 수위 조절에 반대해 왔는데, 2013년 이후 울산시민이 수돗물 부족사태를 겪은 적이 있느냐"며 수문 설치를 옹호했다.

물론 사연댐 수문 설치가 이처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포장되는데 대해 우려도 있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토목도시공학부)는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댐 수위를 28~52m로 운영하면 암각화 침수를 막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집중호우 때 방류량 증가에 따른 하류지역의 홍수 문제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집었다.

다른 전문가는 "이미 사연댐에 수문이 설치됐다고 가정할 경우 이번 태풍 '다나스' 때 내린 폭우로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수문을 열었다면 태화강 국가정원은 물에 잠겼을 것"이라며 "수문 설치가 만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인 이상헌 의원(북구)은 지난 30일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만나 사연댐 수문 설치 방안 등을 중심 논의했다.

민주당에서 이처럼 사연댐 수문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울산시는 여전히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내년 4월 환경부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이다.

시는 또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를 통합했던 종전 업무시스템과 는 달리 암각화 보존 대책과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체육관광국에서 맡고, 물 문제와 사연대 수문 설치 등은 환경녹지국 소관으로 두는 이원화 체제를 운영 중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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