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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금고 유치전이 본격화 됐다. 올해부터 평가기준이 바뀐 금고 선정을 두고 수십억원대 로비설이 흘러나오는 등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울산시민들의  세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재원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올해는 그 양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평가 기준을 새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협력사업비 배점을 낮추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변경된 내용의 골자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기준'(예규)의 초점은 무엇보다 협력사업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자체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고 투자수익 일부를 출연하는 협력사업비는 사실상 지자체 금고 유치의 기준이 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행안부의 이번 기준 변경이 오히려 지방은행들에 더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협력사업비 이외에도 금리 배점을 확대해 이자경쟁을 유도하는 부분은 지방은행과 중앙은행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배점 조정, 순위와 총점 공개 자체가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경쟁이든 수의계약이든 출연금 규모가 결정적인 요소인 것은 사실상 여전하다.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 거래 편의나 지역경제 기여 정도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형평성과 공정한 시장경쟁이라는 선명성을 강조한다해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어디인지, 어떤일을 했고 어떤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울산시의 경우 현 시금고 약정기간이 올해 말로 만료됨에 따라 향후 4년 간 시금고를 책임질 금융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지난 1일 공보 및 시 누리집에 '시금고 지정 신청'을 공고했다. 울산시 금고는 공개경쟁을 통해 지정하게 되며, 이번에 지정되는 금고 은행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시금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울산시는 지난 5월 9일 규칙을 개정해 금고 약정기간을 3년에서 4년으로 1년 연장했으며, 규칙으로 운영하던 금고 관련 규정을 7월 11일 조례로 상향해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1금고와 2금고 중 하나의 금고에만 신청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1금고와 2금고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조례에 명문화하는 등 보다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금고를 운영한다. 금고지정은 '울산광역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공개경쟁을 통해 이뤄지며, 금고지정 신청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으로 울산시 내 본점 또는 지점을 둔 금융기관이면 참여할 수 있다. 또 자산총액 2,500억 원 이상, 자본총액 250억 원 이상 등 관련 법령의 요건을 모두 갖춘 농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금융기관은 2금고에 참여할 수 있다.

금고지정 일정은 오는 8월 8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고지정 신청 설명회를 개최하고, 8월 26부터 8월 27일까지 2일간 참여를 희망하는 금융기관의 제안신청서를 접수받아, 9월 말 울산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의 결과에 따라 1금고와 2금고 각각 1순위 금융기관을 1금고와 2금고로 지정하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시금고에 대한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거쳐 지역사회와 시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금고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시 금고는 2016년부터 올 연말까지 경남은행이 1금고를 농협은행이 2금고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1금고 경남은행 2금고 농협의 구도는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다. 과거의 경우 별다른 경쟁상대가 없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유치에 전력을 다하는 양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벌써부터 시중은행 한곳이 명운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과거 지자체 금고는 지자체와 금융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정했다. 2000년대부터 공개입찰방식으로 바뀌었다. 수의계약에 따른 특정 금융기관의 독점, 수의계약 과정의 탈·불법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바로 이런 개혁이 부른 부작용이 과도한 경쟁이다. 선정 배점에 명시된 사회기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이 점수를 받기 위해 금융기관은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기부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 왔다. 행안부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여론은 온도차가 있다. 금융기관의 지역사회 협력사업은 지역을 위한 사회환원사업의 성격이 짙다. 이 부분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시중은행이든 지방은행이든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거나 유치하려 한다면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은 필수적이다. 얼마나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해왔는가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협력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지역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시금고 지정에 임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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