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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해 놓고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관계 악화라는 복병을 만나 여름 휴가 이후 쉽게 파업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국가적 비상시국에 파업을 벌일 경우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지와 파업 여부,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 대비 70.5%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추석 전 임단협을 마무리 짓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터라 여름 휴가 이후 파업 등 집중 투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휴가 중 발생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과 한국 정부 대응 조치 등 양국 간 경제 갈등이 깊어지면서 파업을 고심하고 있다. 자칫 비상시국에 파업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과 관련해 현재 한일관계를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역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시국과 맞물려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 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과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역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12일 쟁대위를 연다. 노조 관계자는 "당장 파업 일정을 잡기보다는 휴가에서 돌아와 전체 교섭 상황 등을 공유하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한일관계, 조합원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한일 관계 악화가 그동안 반대해 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미칠 영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국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국 중 하나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반대하면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

노조는 당분간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등 투쟁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 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한 상태다. 하청 노동자 임금 25% 인상, 정규직과 동일한 학자금·명절 귀향비·휴가비·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동일한 유급 휴가·휴일 시행 등은 하청 요구안에 담았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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