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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흐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역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의 주원인이 미·중 간 갈등인 만큼, 이에 따라 글로벌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이미 격변을 겪고 있는 산업계는 추가 변수 등장에 따른 업황 타격을 걱정하며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21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난 5일에 1,2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6일 1,223원까지 상승해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원화 약세는 통상 수출업종에 유리하다. 수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데다 환차익 효과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로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 될 경우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환율 상승의 주원인이 미중 간 갈등인 만큼 글로벌 수요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 정유·화학-원재료 수입 부담 가중
정유업계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재료를 수입하는 업종은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해외에서 달러로 원유를 매입하는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국내정유업계의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출비중은 전체의 19%(4,412만 배럴)을 차지한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12%), 싱가포르(10%), 대만(10%), 미국(8%) 순이었다. 때문에 환율상승의 배경이 된 미중무역 분쟁이 계속되면 구매 심리 위축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분쟁이 급격하게 확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소비가 위축돼 수요가 계속 줄어든다면 정제마진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CEIC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3~4월 중국의 경유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 감소하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환율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고, 생산하는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출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입대금 증가를 최대한 상쇄시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평소 영업이익 환효과와 환차손익이 중립이 되도록 전체 손익 관점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화학업종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구매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원료수입과 제품수출의 상쇄효과가 환헤지(위험회피)로 작용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 및 한일 경제전쟁으로 경영 환경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환율효과를 보더라도 위기를 상쇄하기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수출보다 원재료 수입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며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환차손에 따른 당기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다양한 부정적 요인에 촉각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는 환율 상승 자체만 놓고 보면 부정적인인 요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연 400만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수출은 60% 이상(250만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자동차업계 매출은 4,2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따라 자동차업계는 올해 상반기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62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4% 늘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의 주원인이 미·중 간 갈등에 있고,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불안정한 경영여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측은 "하반기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 신흥국 경기 부진 등 다양한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신규 발주 감소 경계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신규 선박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세계 무역에서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선박 발주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무역분쟁은 국가간 자유무역에 대한 자유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게 한다"며 "이렇게 되면 선박 발주 역시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조선업종 약세 사유는 상선 경색인데 그 배경 중 하나는 미중무역분쟁과 같은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업계는 LNG운반선에서만 수주에서 선방 중이고, 기타 상선에서는 여전히 수주 부진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지주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1.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0.8%가 감소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중무역분쟁의 심화는 기업투자와 소비 지연이 지속된다는 의미라서 조선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특히 위안화와 원화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 왔고,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매우 밀접한 관계라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이번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기업 투자에 더 제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지난 5일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뛰어넘자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환율 전쟁을 선포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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