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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070
 
권주열
 
저렇게 푸른 골대는 처음이다 온통 출렁이는 그물, 경기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해변을 서성이는 관중, 다시 노란 달이 골속으로 팽팽하게 처박힌다. 순간 휘청대는 골문, 하지만 여전히 득점은 알 수 없고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대체 경기는 언제 끝나나, 그 골대 속으로 또 한 무리의 별이 쏟아지고 비가 내리고 간간이 방파제 가지런히 신발 벗고 골문을 향해 돌진하는 저 위험천만한 결심까지, 하지만 아무도 그 경기를 따지지 않는다 아무도 현재 스코아를 묻지 않는다 그저 침묵 할 뿐, 그 사이사이 갈매기만 화들짝 옾사이드 옾사이드 호르라기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권주열: 1963년 울산에서 출생했다. 2004년 『정신과 표현』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바다를 팝니다』 『바다를 잠그다』 『붉은 열매의 너무 쪽』 현재 '빈터' '수요시 포럼' 동인
 

한영채 시인
한영채 시인

연일 불볕더위다. 부채이거나 선풍기나 에어컨을 돌려도 덥다. 바다로 풍덩 빠지고 싶다. 저녁을 먹고 바다 이야기가 있는 정자로 간다.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파도가 다니는 바다는 말만 들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오랜만에 바다라는 큰 가방에 모래밭에 누워 꿈이 쏟아지는 한여름의 별의 추억을 담기로 했다. 시인은 저 푸른 골대가 축구장인가 보다. 더위를 식히는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멀리 해변 가요제가 열리고 폭죽이 하늘을 향해 쏟아진다. 큰 가방에 저마다 바다 이야기를 넣어 자크로 꽁꽁 묶는다.

석남사 계곡의 물소리는 천상의 목소리다. 가만히 귀 기울이며 입구를 들어서자 밑둥이 굵은 소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굴참나무가 즐비하게 절손님들을 반겨준다. 매미가 목청을 높인다. 바람은 나뭇잎사이로 살풋 지나가며 볼을 간지럽힌다. 

산문에 들자 가지산에서 내려온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준다. 탑을 돌며 신선하게 흘러내리는 땀은 구슬처럼 떨어진다. 젊은 여스님의 목탁소리 낭낭하게 절 내 퍼진다.

휴가를 받은 남편은 서둘러 아침을 먹고 마당 잔디를 깎기 시작했다. 몇 십 분이 지나자 구슬땀이 흘러내린다. 풀냄새가 집안에 진동이다. 머리 깎인 마당은 깨끗하게 목욕한 기분, 더위를 식히는 방식은 여려가지다. 입추 지나자 귀뚜리 소리가 높아졌다. 더위는 지금이 절정이다. 이 더위를 한층 즐기고 나면 서늘한 바람도 불어 올 것이다. 한영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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