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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울산 시내를 걷다가 한 호프집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엔 'NO JAPAN' 로고와 함께 일본인에겐 음식과 술을 팔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반일 현수막은 양국 외교관계가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고조되자 이자카야나 초밥전문점 등 일본식 술집과 음식점들이 꺼내든 '생존카드'다.

나부터도 일본식 음식점을 왠지 가기 꺼리게 되고, 평소 즐겨 입었던 유니클로 매장도 방문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최근 불매운동에 대해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라는 외침이 나오면서 조금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광복 제7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울산에서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아픔을 기리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군국주의 부활시도 아베정부 규탄한다' '일본과 군사교류 필요없다 한일군사보호협정 당장 폐기하라''친일친미 필요없다, 우리민족끼리 평화를 이루자' 등 구호를 외쳤다.

NO 아베 울산시민행동은 광복절인 15일 상경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지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참여했다. 7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아베규탄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께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8·15 제74주년 아베 규탄 및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국민들은 '반일'이 아닌 '반아베'를 외치면서 분노의 대상을 조준하고, 균형을 잡고 있다.

이는 반일운동으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자는 의미도 크다. 이자까야를 운영하는 사장도, 일본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도 한국인이다.

그렇기에 '반아베' 외침은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다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반일' 자체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부디 이러한 의견차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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