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실(華而不實) - 지난 여름은 아무도 모른다
화이부실(華而不實) - 지난 여름은 아무도 모른다
  • 울산신문
  • 승인 2019.08.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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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편집이사겸 국장

화려한 등장이었다. 혐한과 극일의 와중에도 일본에서 팬들이 만들어질 정도로 흥행돌풍의 소재로 충분했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장관 후보자다. 청렴의 상징이자 진보의 아이콘인 그가 넝마처럼 구겨지고 있지만 야권의 공세는 더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여당 대표가 1차 방어선을 치고 저지에 총력을 다한다. 이인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매일 밤마다 세포분열을 거듭해 주말을 넘기면서 의혹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상황이다. 

의혹의 핵심은 도덕성이다. 일부에서는 조 후보자의 젊은 시절 사회주의 단체 활동을 매도하지만 그 정도 흠결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훈장감이다. 강남좌파라는 말처럼 부르조아의 외투를 걸친 진보지식인은 매력적이다. 그 매력의 핵심은 그의 눈빛이거나 머릿결이 아니라 정돈된 문장과 단호한 의지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삼철이든 문고리든 어떤 측근도 갖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장자방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문제는 그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청문회의 쟁점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부인 명의의 아파트를 동생의 전 부인에게 팔아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려 했다는 의혹부터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 74억 원 규모의 가족 사모펀드 약정 의혹, 오래전의 위장전입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주말부터 부산 해운대 일대는 언론사에서 나온 취재진들이 조 후보자 고향집과 이웃들의 휴지통을 뒤지고 있다.

현양매구(懸羊賣狗)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고전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유래한 이 말은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의 준말이다. 뜻을 풀면 '양의 머리를 매달아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걸고 온갖 주장을 펼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면 양의 머리를 팔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를 두고 꾸짖는 경구다. 

올해 초로 기억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 나온 당시 민정수석 조국 후보자는 가짜 호랑이를 이야기하며 운영위원회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결국 이날 국회는 조 후보자와 야당이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삿대질로 끝났다. 당시 쟁점은 청와대 민정실 내부자 폭로가 가짜 호랑이인지 아닌지의 문제였다. 그때 조 후보자는 삼인성호를 이야기했고 야당은 양두구육을 외쳤다.

중국 위(魏)나라 대신 방공이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는 태자를 수행하게 됐다. 떠나면서 방공은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이 달려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당연히 믿지 않지" 이에 방공이 다시 말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나타나서 함께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믿지 않지" 방공이 다시 말하길 "세 사람이 와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그래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대답한다.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왕의 이 말에 방공은 "지금 제가 태자를 모시고 가려는 조나라 수도 한단은 위나라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입니다. 게다가 제가 조정을 비운 사이 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셋 정도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임금께서는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고 했지만 세월이 흘러 위왕은 측근들의 말에 현혹되어 어지러운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양두구육은 위정자의 위선을 빗댄 이야기다. 춘추 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궁인 가운데 특히 예쁘게 생긴 여자들을 뽑아 남자 옷을 입혀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궁 안 괴팍한 소문이 널리 퍼지자, 백성들 가운데 얼굴이 반반한 여자들은 임금의 눈에 띌까 봐 모두 남장을 했다. 그래서 영공은 대궐 밖 백성으로서 여인이 남장하는 것은 절대 금한다고 포고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따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영공이 그 이유를 물었다. 안영이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지금 궐 내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시키시면서 궐 밖 일반 백성인 여인들의 남장은 금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마치 '밖에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속임수입니다. 궐 밖 여인들의 남장을 금하시려면 먼저 궐 내 여인들의 남장부터 못 하게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영공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대궐 안의 남장 미인들에게 평상시 차림으로 당장 바꿔 입으라고 지시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금의 상황은 처참하다. 청렴 약수로 온몸을 씻어낸 듯한 진보의 핵심 참모가 민낯을 보이는 상황이다. 스스로 깜냥을 안다면, 적어도 거울 한 번쯤 보고 산다면, 우리시대 지성인이라 자청하는 인사들의 이면이 이 정도까지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적어도 이런 사실들은 스스로가 알고 있었기에 더 참담한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권력 앞에 체면이나 과거 따위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후보에 올라 어찌어찌 검증을 통과한다면 다들 잊어버릴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다 스스로 만든 그물에 자신이 갇혀버린 우도 범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0년 8월 한 언론에 기고한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라는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이 위장전입 문제의 '사회적 합의' 도출을 요구한 것을 언급하며 "한나라당이 옹호하는 위장전입의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자기편 옹호하는 데도 지켜야 할 금칙은 있는 법"이라고 서술했다. 또한 일부 후보자들이 자녀 진학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한 사실을 두고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라며 "'인지상정'?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바로 이 글이 이제 자신에 대한 심판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딸이 취학시기가 되자 울산대 교수시절 딸과 함께 주소를 서울로 옮겼다. 그런 행위를 두고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공직 배제 데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을 뱉은 당사자의 입도 사실은 부끄러움에 빨개지는 형국이다. 이른바 2005년 이전의 집단도덕 불감증이다. 청문회가 도입되기 전에는 위장전입에 대해 다들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살아왔으니 '위아더 월드' 모두가 친구라며 집단 최음제를 한 알씩 먹자고 권한다. 이른바 '나만 그렇나'식 물타기다. 위장전입 같은 문제들의 위법성을 따진다면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범의식을 숯댕이로 칠해 금줄로 걸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흔들기로 안 된다. 실정법의 위반 여부나 검증의 오류, 스스로의 자백이 뚜렷해야 낙마가 가능하다. 핵심은 거짓말이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 거짓말의 진위를 밝혀내는 일이 청문절차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짧은 시간에 수사권을 가진 것도 아닌 쪽에서 위법성을 캐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차명거래나 재산은닉, 사모펀드나 위장소승 등을 풍선처럼 매달려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지금 조국 후보자를 지키려는 여권이나 흔들어 끌어내리겠다는 야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문제는 국민의 뜻이다. 하기야 국민의 뜻은 언제나 정치적 수사의 관용어인 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의 뜻이다, 너무나 닳아빠진 습관성 문장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분골 쇄신한 장자방 조국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현재의 권력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조국 후보자의 의혹들이 사실이라해도 대통령을 모시는데 월권을 한 것도 아니고 물어뜯거나 짖어대는 일도 없지 않았나 반문하고 싶은 것이 여권의 속내다.

기껏해야 젊은 시절 뜨거운 심장으로 군부독재에 반발했고 곧 올라갈 서울로 몇 달 전 주소를 옮긴 게 무슨 잘못이냐는 입꼬리도 일리가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사업하는 동생의 재산문제가 법무장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 일인지 따져보고도 싶고 자본주의의 꽃인 전의 전쟁에 가담해 사모펀드 투자로 밀약을 한 게 나라 팔아먹을 일이냐고 외칠 만도 하다. 내만 그렇나 뭐, 니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니는 그냥 있었다고 정면으로 이야기 할 수 있냐고 되받아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인지상정이야 보편적 묵인 사항이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아닌가. 문제는 그런 따위의 인지상정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도자는 결국 자신을 속이고 주변을 속인다. 폐해가 그 정도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한 나라의 핵심 참모라면 문제는 다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오늘의 상황이 지극히 안타깝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