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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샌딩작업을 하던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사고가 '자살'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고 '업무상 재해'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배광국)는 지난 14일, 2014년 사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4월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에서 샌딩작업을 하던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씨가 했던 샌딩작업은 선박 표면에 도장을 하기 위해 사전에 철판에 있는 녹을 비롯한 이물질을 제거해 도장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A씨의 배우자인 김씨는 2015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지급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경찰 수사결과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사망을 '자살'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해보면 A씨는 자신의 샌딩기 리모컨을 수리하려다 샌딩기에서 분사된 그리트가 눈에 들어가자 사다리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가려다 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발견 당시 착용했던 마스크가 훼손된 점과 얼굴과 눈 부위에서 그리트가 발견된 것을 볼 때 A씨가 샌딩기 리모컨을 수리하려고 시도하던 중 돌발적으로 샌딩기 작동으로 분사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또 A씨의 머리에서 발견된 상처와 허벅지 부위의 상처는 시야 확보가 되지 않은 A씨가 움직이려다 부딪힌 걸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07년과 2013년 총 4차례 '망상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봤다. 또 연체한 카드대금이나 보험료도 A씨의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하며 자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산업재해 판결을 내리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논평을 내고 "자살로 둔갑한 하청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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