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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산하 지방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정식 발의됐다. 하지만 일부 여당 시의원들이 '시당 방침'을 내세워 조례안에 반대하고 있어 시의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고호근 의원(자유한국당·사진)은 20일 여야 동료의원 12명의 발의 찬성 서명을 받은 '울산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울산시가 재정을 출연·출자한 공공기관의 임원에게 지
급되는 보수의 적정한 기준을 정해 경영을 합리화하고, 공공기관의 경제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조례안을 마련했다"면서 "일정한 기준 없는 공공기관장의 고액 연봉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과 양극화 해소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조례안에선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 책정에 대한 시장의 책무를 규정하고, 임원 보수 기준을 정하되, 법령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강제 조항'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규정했다.

조례안의 핵심인 임원 연봉 상한선은 공공기관장의 경우, 최저임금 월 환산액에 12개월을 곱해 산출한 금액의 7배 이내로 제한했다.

또 공공기관 임원은 최저임금 월 환산액에 12개월을 곱해 산출한 금액의 6배 이내로 상한선을 정했다.

이 산식을 적용할 경우 공공기관장의 내년 연봉 상한액은 1억5,080만원이며, 임원은 1억2,926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는 부산시가 조례로 정한 상한액 기준과 같은 수준인데, 양 도시의 시세나 인구, 재정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울산의 공공기관 임원 연봉 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안에선 이와 함께 신규 임용된 임원의 연봉 하한선과 직급별 성과등급, 임원과 직원 간 연봉 격차해소 방안도 마련토록 권고했다.

아울러 조례안에선 공공기관 보수기준 권고 내용의 이행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매년 상반기에 시의회에 보고토록 했으며, 우수 기관을 선정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울산시는 부산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에서 두 번째로 '살찐 고양이 조례'를 시행하게 된다.

문제는 조례안의 시의회 통과가 쉽지 않은 쪽으로 원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조례안 발의 서명자 12명에는 한국당 소속 고호근·천기옥·김종섭·윤정록 의원 4명을 제외하고, 민주당 소속 8명의 의원이 동참했는데, 유독 조례안 심사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바로 민주당 소속 행정자치위원인 윤덕원 위원장과 김선미·손종학 의원이 '시당 방침'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발의자로 서명한 김미형 의원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는 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야 비율은 4대 1다.
 이들이 조례안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여당 소속 송철호 시장이 임명한 친여 성향의 공공기관장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의 반대로 조례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원내 여야 관계 악화는 물론, 시민사회의 적지 않은 역풍을 예상된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고 의원은 "울산시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 기관장의 연봉을 확인한 결과, 생각보다 높았다"며 "무엇보다 이들 기관장은 고액 연봉에 맞먹는 업무추진비도 사용하고 있어 조수 제한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조례안은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제207회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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