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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노조의 파업과 울산지역 레미콘 업체의 집단 휴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가 급박한 울산의 한 학교 건설 현장이 경주의 한 레미콘 업체를 섭외해 20일 레미콘 차량을 투입하려 했지만 민주노총 건설기계 조합원의 저지로 결국 무산됐다.

민주노총 건설기계지부가 레미콘 지입차주들의 운송비를 일괄 인상하라고 버티고 있고, 업체 측은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개별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이 이른바 '치킨게임'에 돌입했지만 정작 그에 따른 사회적 피해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울산지역 곳곳의 공사 현장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급기야 노조 측은 관급공사 발주처인 울산시가 중재에 나서 사태 해결을 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울산시 입장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20일 제2호계중 신축공사 현장에 투입 예정이었던 경주 영진레미콘 차량을 민주노총 건설기계 지부 조합원들이 온 몸으로 막아섰다. 결국 예정된 레미콘 차량 투입은 무산됐다.  사진제공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20일 제2호계중 신축공사 현장에 투입 예정이었던 경주 영진레미콘 차량을 민주노총 건설기계 지부 조합원들이 온 몸으로 막아섰다. 결국 예정된 레미콘 차량 투입은 무산됐다. 사진제공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 제2호계중서 양측 출동 경찰 출동
당장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제2호계중학교는 학교 신축 공사가 지연되자 어쩔 수 없이 경주 영진레미콘을 섭외해 20일 타설 작업을 계획했다. 절대 공기가 늦춰지면서 어쩔 수없어 외지 업체를 섭외한 것이다.

경주 영진레미콘의 경우 울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 소속이지만 지입 차주들은 민주노총 건설기계지부 소속이 아니다.

영진 측은 호계중 공사에 레미콘 80여대 분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펌프카 등 관련 장비 섭외도 마쳤다. 그러나 이날 오전 7시 30분 레미콘을 실은 차량 3대가 출발하려 하자 민주노총 건설기계 지부 조합원들이 차량 출발을 막아섰다. 일부 조합원들은 출발하려는 레미콘 차량 앞바퀴 앞에 드러누워 차량 운행을 온 몸으로 막아섰다.

급기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주 경찰이 사태 해결에 나섰고, 결국 레미콘을 실은 3대 차량만 출발하는 선에서 더 이상 레미콘 공급을 하지 않기로 노조와 업체 측은 합의했다.

제2호계중학교 신축 공사의 경우 당장 500㎥의 레미콘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날 3대분(약 18㎥)의 레미콘을 타설하는데 그쳐야 했다.

울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울산교육청이 공사가 급해 시공사를 통해 어렵게 영진레미콘을 섭외했지만 민주노총 건설기계 측에서 이 사실을 미리 알고 400여명이 이날 아침 레미콘 차량의 출하를 막아섰다"며 "몇몇 업체는 운송비 인상과 관련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입 차주들은 민주노총 건설기계 지부의 지침대로 모든 업체의 일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울산시"법적권한 없어" 중재 요구 난색
최근 울산지역 레미콘 업체 사장단과 각 업체 지입차주 대표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업체 측은 차주들이 요구하는 운송비 인상안에 근접하는 제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올해 회차 당 2,500원, 내년 2,500원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주들이 요구하는 올해 5,000원 인상, 내년 동결과 큰 차이가 없는 안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차주들은 모든 업체가 모든 지입 차주들에게 일괄 회차 당 5,000원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불발로 끝났다.
차주들이 요구하는 안은 민주노총 건설기계 지부의 공통 안이다. 

업체들은 각 지입 차주들을 개인 사업주로 판단하고 있어 일괄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 업체마다 경영 상태가 달라 뜻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차주들은 나름대로의 입장이 따로 있다.

민주노총 건설기계지부 레미콘 분회의 지위를 확보하고, 이번 파업 사태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일괄 인상안 통과라는 명분이 필요하다.

업체와 차주(노조) 간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결국 노조는 울산시의 중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장 급한 공사 현장이 관급이어서 울산시가 중재에 나서라는 요구다.
그러나 울산시는 이 사태를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다.
울산시 한 관계자는 "차주(노조)와 업체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선뜻 끼어들지도, 중재안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없다"며 "양측이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k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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