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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지나서일까. 팔월 한 여름의 찜통더위는 어느 사이엔가 아침저녁으로 부는 갈 바람에 어디론가 사라진 듯.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세월은 정말 정직하다. 더위가 한 풀 꺾인 탓일까. 요즘 우리 도서관은 많지 않은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그 자리를 빼곡히 메우고 열심히 자기계발과 독서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이 곳 상가 건물로 도서관 이전했을 때의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017년 가을 중부도서관이 울산시립미술관 부지로 선정됨에 따라 시내 한복판 2, 3층 상가건물에 임시도서관으로 이전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함 속에서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는지가 어언간 2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많은 울산 시민들이 알고 있듯 우리 중부도서관은 울산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서 35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지역민들에게 문화와 지식에 대한 사회적 구심체로서 최선을 다 해왔으며, 지난해 울산도서관이 건립되기 전까지 울산지역의 대표도서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해왔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 중부도서관이 이곳 시내 400평가량 상가 건물로 처음 이전 했을 때 도서관 시설 및 주변의 열악한 환경, 그리고 공간 부족으로 인한 사업 규모 축소로 인해 겪는 이용자들의 불편함은 참으로 많았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사이 이제는 그 불편함이 앞으로 지어질 신축 중부도서관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점점 변해가며 지금의 힘든 여건을 직원들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함께 묵묵히 감내하면서 자기발전을 도서관에서 꿈꾸고 있다.


건물 이전 후 2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용자들과 독서 회원가입 인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도서 대출량도 많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 중부도서관의 위치적 강점을 살려, 시내 번화가 속 상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도서관 서비스를 하고자 지난 4월 도서관 주간 행사로 개최되었던 전통시장 책 나들이 행사가 야시장 쉼터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에 힘입어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면서 도서관 인식에 대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에 부응하고자 다가오는 9월 독서의 달에도 좀 더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으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우리 중부도서관이 지역사회공동체 공간으로서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곳으로서, 지역민들이 항상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받는 곳으로써 그 중심에 우리 중부도서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은 최근 울산교육청 산하 전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도 전화 친절도 조사 결과 기관별 순위에서 우리 중부도서관이 지난해 2위에 이어 올해는 94.5점이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임시도서관으로 이전하면서 규모와 조직이 대폭 축소되어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이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오로지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 해줬고 직원간의 끈끈한 팀워크가 가져다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맡고 있는 나로선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36년 평생의 시간을 도서관 일선에서, 사서(司書)라는 '사서 고생하는 직업'으로 살아왔고, 살아간다. 순간순간 경험했던 희로애락의 시간 속에서도 도서관에서 나의 삶은 언제나 그러했듯 오늘도 나에게 행복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있다면, 하루 빨리 우리 중부 도서관 신축이 이뤄져 도서관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함이 해소되고 최적의 독서 환경 제공을 통한 중구의 문화 복합 공간 및 랜드마크로서 평생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맘이다. 오늘도 나는 그런 찬란한 날을 그려보면서 오후의 일과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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