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점기 성행했던 지식인들의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중에 상록수란 소설이 있다. 1935년 심훈이 발표한 이 소설은 농민 문학의 고전으로 지금도 읽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또한 소설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은 그 시절 계몽운동이나 일반 사회에서 그 방면의 우상이기도 했다. 농촌계몽운동정신은 해방 후까지도 이어져서 대학생들에게 농활로 살아나고 크게는 새마을운동의 뿌리에 달린 정신으로 승화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그 자양분을 밑거름으로 우리의 노력과 땀이 무르익어 오늘날 이만큼의 발전을 가져오게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면서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어두운 곳이 있고 빛을 받지 못한 어둠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느끼는 것이 어찌 필자뿐이랴? 아직도 상록수의 주인공들이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던 뒤쳐진 구석이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지만 유독 상록수를 떠올리게 되는 한 곳이 있다. 

그곳이 울산푸른학교다. 울산푸른학교는 성인이 될 때까지 글을 배우지 못해 자신의 이름조차 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쳐 한을 풀어주는 곳이고 안과병원이 아니더라도 눈을 뜨게 하여 광명천지를 보게 하는 곳이다. 등단시인으로 활동하며 수년째 푸른학교에서 봉사하는 이미숙 시인이 안내한 그 학교는 울산광역시 남구 월평로 64에 자리하고 있다. 

학력을 인정받는 성인초등학교인 푸른학교는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기관이기도 하다. 2005년 지금의 이하형 교장이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해 교육을 실시함으로서 첫발을 디딘 이후 20년 가까이 열정을 쏟아부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묵묵하게 꾸준하게 몸을 던져 일하는 이하형 교장과 함께 땀을 흘리는 교사들의 열성이 보람으로 결실을 거두게 된 결과는 학력 미인정성인 문해교육을 실시하여 일정한 수준에 이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하고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의 성인들을 무 학력자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초등부와 중등부를 나눠 158명이 재학하는 말 그대로의 푸른학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날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힘겨운 고충이 가로막을 때도 수없이 많았었다. 그때마다 윤경숙 회장이 이끄는 후원회가 큰 울이 되었고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온정이 그 고비들을 넘게 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을 받겠다는 학생은 늘어나도 이들을 얼른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교 구성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하형 교장이 주저하듯이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학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받지 못해 글자를 모르고 살아가는 분들이 전체인구의 6.4%인 264만 명에 달하고 글을 못 배워서 고통을 당하는 수를 모두 합치면 500만 명이 넘는다고 말합니다. 생각보다 놀랄 만치 많은 수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해결하리라 믿지만 문제는 울산입니다. 울산시민들 가운데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분들이 6만여 명이나 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분들을 어서 초등교육을 마치게 하고 하루빨리 중등교육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실 개교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울산의 교육수장이 우리를 만나주고 관심을 보여주신 분이 현재의 교육수장이 유일한 실정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아이의 학생이라도 낙오되지 않게 하겠다는 노옥희 교육감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닐까? 모든 시민이 뜻을 모으고 관계관서가 관심을 더 보였더라면 이런 시민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울산푸른학교는 사단법인 한국야학협의회 울산 남부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풀뿌리 문해학교이다. 개교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이 묵묵하게 꾸준하게 글을 배우지 못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교육 소외 계층과 함께해 왔다. 그 결과 매년 100여 명의 비문해자, 무학력자,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액기부자인 시민들의 힘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푸른학교는 우리의 이웃이자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니는 학교이다.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해주어야 할 학교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글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도 외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글을 배울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바로 인권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곳은 더 밝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하는 것이 사회의 덕목이고 행정관서의 목표라고 한다면 푸른학교를 더욱 푸른학교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