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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중국 소비재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들 중국 제품의 원료가 되는 우리 석유화학 제품이 불똥을 맞고 있다. 이미 울산 석유화학업계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반영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미중분쟁이 지역 산업에 미치는 타격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규모는 35억3,000만 달러(약 4조3,0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19% 이상 급감했다. 앞서 석유화학 수출 규모는 작년 11월 1년 만에 처음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를 밑돈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작년 12월부터는 9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산업부는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단가 하락, 미·중 무역 분쟁과 홍콩 시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지난달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11억1,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전체의 31%에 달한다. 특히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의 수출량 가운데 80∼9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주요 제품인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대부분이 소비재 생산에 사용된다"면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울산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가 집계한 '2019년 7월 울산 수출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울산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7% 감소한 59억 1,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의 수출은 수출물량이 소폭 증가(1.4%)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 하락(-10.5%)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9.3% 감소한 16억7,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제품도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22.6%)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및 수출단가(-19.7%)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한 7억 5,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1일부터 총 1,120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입품 관세부과 대상은 의류, 신발, 필기구, 기저귀, 텔레비전, 골프채, 낚싯줄, 완구 등이다. 통상 11∼12월 미국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둔 기간에는 중국 공장이 가동률을 높이며 소비재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B투자증권 이희철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등으로 수요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석유화학 수요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낮아졌다"면서 "견조한 중국 경기 속에 9월 재고 확충 수요 발생에 따른 점진적 업황 회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추석 '중추절'을 앞두고 내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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