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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보다 추석을 보름 이상 빨리 맞게 된다. 일부 기업의 경우 많게는 일주일 정도 쉬는 직장도 있다. 연휴에 추석명절이라는 분위기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해외여행객들도 몰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올수록 외로움을 타는 이웃들이 많다. 해마다 이맘때면 선물을 들고 와 함께 어울려 주던 사람들이 줄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울산지역의 각 불우이웃시설에 대한 관심도 불경기 탓에 주춤거리고 있다고 한다. 민족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경기불황 등으로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지역 사회복지기관에 후원하는 온정의 손길은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한다. 특히 각종 물품 기부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기부나 나눔이 연말에 몰리고 분위기에 편승하는 세태이다 보니 관심이 덜한 추석은 아무래도 기부나 나눔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가장 우울한 지역은 울산 동구다.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장기 불황을 맡게 되면서 기부금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동구 지역에 있는 한 사회복지 단체의 경우 현재 모 기업에서 기부한 식료품 선물 세트 40개 이외 들어온 추석 후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 설에도 기부금이 뚝 끊겨 지역 내 어려운 분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줄 수가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복지단체 측은 다가오는 추석에는 그분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문화 확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모든 것이 풍성한 가윗날,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살기를 바라는 말이지만 울산 지역의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외계층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기부금은 반 토막이 나고, 이들에게 분배되는 금액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면서 소외계층들이 더 소외 받는 현실이 됐다. 

울산사회공동모금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추석 전후 기부금 현황에서 지난 2017년 14억1,000만 원, 지난 2018년 12억8,100만 원으로 2억여 원 줄어들었다. 공동모금회는 과거 명절이라는 특수성으로 대규모 기부금이 들어왔는데, 이런 추이면 올해 추석에는 기부금이 전년 대비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지역 곳곳에서 물품 지원, 후원금 등이 많이 모였었는데, 최근 몇 년 간 모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며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는 기업들도 경기 불황 등으로 규모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고, 자영업자나 개인 등의 기부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39억 원을 목표액으로 삼고 있는데 6월까지 44억 원의 기부금이 들어온 현황을 보면 올해도 목표금액에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3년 적십자회비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15억5,300여만 원 △2017년 13억8,600만 원 △2018년 12억7,200만 원으로 매년 11.6% 감소하고 있다. 대한적십자 관계자는 "울산의 경기가 몇 년 새 급격하게 안 좋아지다 보니 지역 내 인구도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어 후원이 줄어들고 있다"이라면서 "추석을 앞두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많지만 기부금액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울산지역 복지시설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평소 추석맞이 기부에 나서는 분들도 나서기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며 "여기에다 지난해보다 이른 추석을 맞다 보니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유가, 물가인상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식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선 아동 노인 복지시설에서도 예년에 비해 기업체들의 후원금은 물론, 후원물품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민족 고유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의 경우 불황에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몇 해 전부터는 또 다른 풍경도 자주 눈에 띤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이 되면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추석 때마다 호황을 누렸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외여행도 좋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도 좋지만 명절이 더 외로운 불우 이웃을 한 번쯤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는 잃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나누어줄 때 느끼는 것이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절약하고 줄여 이웃돕기에 나선다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기부하는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뿌듯해지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밑바탕이라는 사실을 꼭 한번 새겨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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