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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당시 침수 피해가 컸던 울산 태화·우정시장 일대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사업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부지 소유주인 GS리테일 측과 보상협의를 보지 못한 중구가 '수용재결' 카드까지 꺼내들며 사업을 강행하고 나섰지만, 별도로 GS리테일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중구가 패소하면서 이마저도 취소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터널형 빗물 저류시설처럼 배수펌프장·유수지와 효과가 비슷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공법을 중구가 충분히 검토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계획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GS리테일의 손을 들어줬다. 중구는 이번 판결 결과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배수펌프장 설치를 결정했고, 터널형 빗물 저류시설을 선택하더라도 태화강 수위보다 낮은 지형 등을 고려할 때 배수펌프장이 이중으로 필요하다는 게 중구의 입장이다.


중구는 수용재결 신청을 취소하고 항소를 준비 중이지만, 후에 승소 하더라도 예정보다 약 6개월 이상 사업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중구가 패소한 데에는 안일한 대처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여진다. 재판부가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선 이미 전문가 검증이 끝난 상태였는데, 중구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패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공익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익을 목적으로 사익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되며, 그만큼 행정적 처리에 있어 철두철미함이 요구된다. 어차피 해야 할 사업이라면, 이번과 같이 어이없는 실수로 인한 소모전은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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