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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여행정유경 글·최선영 그림
파랑의 여행정유경 글·최선영 그림

#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네가 만약에 말이야, 으르릉거리며 날 찾아온다면
내게 오는 동안 넌 내가 두른 초록 숲 울타리에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맸으면 해.

꽃과 풀이 부르는 느린 노래.
거미줄에 걸린 둥근 이슬에 젖어
네 걸음은 사뿐사뿐 더디어지고
헝클어진 가지마다 고개 숙여 안녕!
하고 너는 인사를 하겠지.

그래서 기어이 네가 날 찾아왔을 땐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늑대 대신
작은 새 한 마리 네 가슴에 들었으면 좋겠네.

내 말을 너는 잘 알고 있지?

우리 서로 으르릉거리며 싸우지 말고
작은 새들처럼 사이좋게
지지배배거리며 지내자는 말이야
널 기다린단 말이야

나의 숲이 네 마음에 부디 들기를

어떤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환상의 문을 열어 본 적 있으신가요? 말이 아니라 마음이 이야기가 되는 환상 속 말이에요.
정유경 시인은 금빛 말 장식이 박힌 초록색 가방을 하나 사고 난 후, 그 기분이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너른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초록 여행자가 된 것 같았대요. 그때부터 아무도 모르게 가슴에 꿈 하나를 담고,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동쪽 바다를 찾아가고, 넓은 초원에 키 작은 풀들과 인사하고, 속눈썹이 아주 기다란 낙타를 만났다네요. 그 여행의 풍경과 상상 이야기들이 담긴 파랑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려는데, 벌써 '푸루룽' 밤의 망아지가 마중을 나올 것 같아요. 첫 장을 펼치면서 저쪽 세상에서 흘린 초록 단추도 발견했어요. 단추는 무엇일까요? 궁금한 것이 많아집니다.
숲 울타리만으로도 벌써 초록 여행자가 된 것 같습니다. 환상의 세계에서 작은 새는 어떤 새일까요?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꿈일까요? 사랑일까요? 희망일까요? 모두의 현실에 있는 작은 새는 안녕한지 물어보고 싶네요.

# 눈사람

꽉!
끌어안으면 눈사람은 녹고
망가질 거야

사랑하는 방법이
모두 한가지는 아니야.

사랑하는 방법이 한 가지는 아니라는 것에 여러 번 눈길이 갑니다. 눈사람이 늘 그리운 것도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일까요?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초록 단추는 저쪽 세상에서 살짝 흘린 네 잎 클로버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걸 누르면 파랑의 문이 활짝 열릴 것 같지요? 돌아오는 추석에 둥근 달을 보면서 파랑의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요.  권도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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