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선] 울음의 빛깔
[시인의 詩선] 울음의 빛깔
  • 울산신문
  • 승인 2019.09.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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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의 빛깔 
 
복효근 
 
봄에 온 철새들은 
봄 한철 제 목청껏 운다 
 
새에게 울음은 
짝짓고 새끼 기르는 데 불가분 관련이 깊겠거니 
그처럼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어디 있으랴 
비바람 숭숭한 둥지 하나 틀어놓고 
사랑한다, 내 아이를 낳아줘, 여기는 내 처와 내 새끼들이 사는 곳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 외치는 일 
 
뜨겁거나 아주 차갑거나 
이불 같거나 가시 같은 그것이 피륙으로 짜여 
울음은 봄날을 꽃빛으로 혹은 핏빛으로 물들이기도 하는 것인데 
여름 깊으면 
그렇게는 요란스럽게 울지 않는다
열병 같은 한 고비 넘겨서였겠거니
그렇다고 새가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곡만이 울음이 아니듯이 
어느 가파른 곳에 이르렀거나 급한 굽이에서
암중모색 흐느끼는 울음도 있으려니 
 
적금 하나 허물고 보험 하나 해지하여 아이들에게 
서울 가까운 곳에 새 둥지 같은 원룸 하나 구해주고 돌아온 날 
오랜만에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다녀와서 
밤늦게 소주를 마시며 
적시는 눈물 같은 것으로 
새의 울음도 
짙은 녹음 빛깔로 고요히 깊어지기도 할 것이므로 
 
△ 복효근-1962년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마늘촛불』등. 
 
 

한영채 시인
한영채 시인

언제부턴가 집으로 참새가 한두 마리 오더니 요즘 떼를 지어 온다. 오종종 마당을 배회하다 눈치를 살피다가 스피치 제제 물과 밥알을 훔쳐 먹는다. 때로는 현관 앞 소나무 분재에 올라앉기도 하고, 쥐똥나무에 앉았다가 동백나무 푸른 잎 사이에 몸을 숨기다가 모과나무에 걸터앉기도 한다. 그 사이 마당 가장자리에 제제와 친구가 된 것 같다. 컹컹 지져대던 제제는 물과 밥알을 내주며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시인은 새의 울음도 짙은 녹음 빛깔로 혹은 고요히 깊어지기도 할 것이라고 한다. 녹음사이 제제와 새의 울음이 제제젝 섞이고 있다. 그 사이 새의 수가 많아졌다. 새떼들은 젝젝 거리며 제제 밥을 먹는다. 폴폴 날아다니는 그 떼들에게 나도 쌀알을 한 웅 큼 줬더니 참새 떼 한 부대가 집 주변을 재잘거린다. 새 부리가 줄줄이 현관으로 겨누며 눈알이 반짝인다. 어느 날 옥상으로 가보니 하얀 새똥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새의 울음이 흰 빛인 걸 이제야 알겠다.

귀뚜라미 울음이 가을을 몰고 온다. 시간을 알려 주는 귀뚜라미는 새벽부터 다양한 울음으로 귀를 열게 한다. 가을장마가 시작되고 백로 가까이 귀뚜라미 소리 높아졌다. 며칠 구름이 잔뜩 끼더니 마당 그늘엔 풀들이 웃자라고, 저 멀리 바다엔 비바람으로 쥐불놀이를 하듯 황소 같은 눈망울이 오르고 있다. 사과나무가 흔들린다, 배가 지상으로 툭툭 떨어진다. 저 넓고 푸른 배들평야 벼이삭이 깡그리 누울랑가. 태풍이 온다고 미리 걱정이다. 링링, 돌돌이 휘몰이로 오는 바람아, 몇 계절을 보내며 정성껏 키운 것들이 블랙홀이 되면 큰일이다. 기도문을 왼다. 부디 만추의 설움과 농부의 울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다행이다, 링링은 지나갔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는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 내 운다" 초목이든, 물이든, 금석이든, 인간이든 모든 만물은 외부사물과 부딪치게 되면, 이로 인해 마음이 평정하지 못해 운다고 한다. 울음의 빛깔은 다양하다. 작가의 울음은 어떤 것일까, 그 울음은 말이 되고 글이 되고 글의 울음이 진정일 때 그때 깊은 울림이 온다. 진정한 울음의 빛깔을 내고 싶은 가을저녁이다.